앞모습과 뒷모습이 다른 옷, 농구공을 든 모델, 카리브해의 뱃노래까지. 뉴욕패션위크 다섯째 날은 유독 개성 강한 목소리들로 채워졌습니다.





소녀와 여성 사이, 리이가 그린 경쾌한 긴장감
9월 14일(현지 시간) 뉴욕패션위크의 다섯째 날, 25세의 디자이너 제인 리(Zane Li)가 이끄는 리이가 2027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얼마 전 2026 LVMH 프라이즈에서 ‘칼 라거펠트 상’을 수상하며 패션계에 화려한 존재감을 알린 그는, 이번 쇼를 브렌다 리(Brenda Lee)의 1960년대 발라드 곡 ‘Emotion’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별 후에 밀려오는 감정을 노래한 이 곡은 당시 16살이었던 가수가 표현하기에는 사실 어려운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제인 리가 우연히 듣게 된 그 노래는 이번 쇼의 배경 음악으로도 사용되어 런웨이의 분위기를 한층 진하게 완성했죠. 그리고 이것에서 출발한 컬렉션은 소녀와 여성 그 사이에서 생기는 텐션과 과정들을 컬러풀하게 그려냈습니다. 레드와 퍼플, 민트, 베이비 블루, 그린 등 비비드한 컬러들이 눈을 사로잡았고,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독특한 실루엣과 여기저기 대담하게 컷팅된 디테일이 어릴 적 자주 가지고 놀던 색종이접기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나일론 아노락을 후드 부분만 잘라내 목에 두르거나, 미니스커트에 부착해 백팩처럼 연출하는 식으로 변형된 포인트도 빼놓을 수 없고요. 마지막으로 나이키와의 협업을 암시하는 듯한 나이키 로고의 컬러 타이츠까지. 아주 어린아이 같지도, 성숙한 성인 같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감정을 리이는 이번 시즌 경쾌하고 리듬감 있는 룩들로 완성해냈습니다.





닉스의 우승이 새긴 프라이빗 폴리시의 스포츠 정신
같은 날, 프라이빗 폴리시의 하오란 리(Haoran Li)는 뉴욕 닉스의 역사적인 NBA 우승과 US 오픈,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뉴욕의 올여름 분위기를 컬렉션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농구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큰 NBA의 팬층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컬렉션 곳곳에 두 문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녹여냈죠. 모델들은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농구공을 들고 등장했고, 유니폼 형태의 새틴 봄버 재킷과 럭비 셔츠들이 세련된 스포티함을 연출했습니다. 여기에 컷아웃 레이스와 진주 장식, 새틴 드레스에 달린 꽃 장식은 로맨틱한 무드를 더했고요. 사이사이 등장한 치파오가 떠오르는 스탠드 카라와 틴티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도 빼놓을 수 없죠. 마지막으로 하오란 리는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프로 한 플로럴 드레스 룩을 선보이며 뉴욕을 향한 헌사를 내비쳤습니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중심으로 이어진 프라이빗 폴리시의 경쾌한 스포츠 정신은 중국 전통의 우아한 디테일을 만나 한층 더 이색적이고 감각적인 런웨이로 완성됐습니다.





디오티마의 카리브해가 품은 이면
디오티마의 2027 봄/여름 컬렉션은 부족의 뱃노래가 쇼장을 풍성하게 채우며 시작되었습니다. 자메이카 출신인 디자이너 레이첼 스콧(Rachel Scott)은 수많은 역사가 담긴 대서양의 광대한 바다, 카리브해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깊고 푸른 바다가 떠오르는 스카이블루와 딥블루, 네이비부터 시작해 숲의 색 카키와 아름다운 햇살을 닮은 파스텔 옐로우까지. 자연을 고스란히 닮은 컬러웨이들은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한층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죠. 디테일 또한 섬세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는 바디 전체에 겹겹이 얹힌 러플로 표현했고, 오간자를 작게 찢어 만든 튈 프릴 소재는 정글 속 이끼와 풀들을 연상시켰습니다. 또, 컬렉션 전체의 유연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형태를 담아냈고요. 가장 아름다운 자연인 동시에, 많은 자메이카인들의 무덤이기도 한 바다의 이면을 레이첼 스콧은 독창적이면서 서정적인 룩들로 표현해냈습니다.
성장의 사이에서 선보인 컬러풀한 감각, 농구공을 든 채 걷는 런웨이, 그리고 바다의 뱃노래가 흐르는 무대까지. 서로 다른 문화와 서사를 지닌 이 세 컬렉션은 각자의 언어로 이번 시즌 뉴욕패션위크의 다섯째 날을 장식했습니다. 다섯 번째 날이 보여준 이 다채로운 풍경들이 어떤 피날레로 이어질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