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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가 가져다준 짜릿한 순간

만난 지 오래되지 않은 연하 남자친구의 서른 번째 생일날, 퇴근 후 만난 그에게 큰맘먹고 아르마니 넥타이를 선물했다. 그도 때깔 고운 코발트블루 컬러의 고급스러운 넥타이가 꽤 맘에 드는지 받자마자 내가 준 넥타이를 매더니 데이트하는 내내 하고 있었다. 와인을 한잔한 뒤 모처로 가 말끔한 수트 차림을 한 남자친구가 아르마니 넥타이를 단숨에 풀어헤치는데, 분위기에 취했는지 맨살에 닿는 미끈한 실크 넥타이의 느낌이 짜릿했다. 나도 모르게 넥타이를 당겼는데 그걸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그가 갑자기 내 손목에 타이를 두르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이 남자, 매듭 묶기 교본이라도 본 건지 평소에 침대에서 많이 써먹던 기술인지 단숨에 완벽한 8자 매듭(그걸 8자 매듭이라 부르는 것도 난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을 만들고는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아르마니 넥타이에 결박당한 채 전에 없이 거칠고 후끈한 밤을 보냈다. 그 후에도 한동안 남자친구와 이런저런 끈으로 시도해봤지만 역시 실크 타이만 한 게 없다(응용편으로 톰 포드의 타이나 벨트도 바람직하다). 요새 나는 뮤직비디오에서 온몸에 밧줄을 칭칭 두르고 나온 여가수 FKA 트위그스의 묘하게 섹시한 모양새에 꽂혀 그녀를 결박한 밧줄의 매듭 묶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_O(34세), 프리랜서

 

말로는 뭘 못합니까

남편과 나는 평소에 섹스를 할 때 말이 많거나 큰 소리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결혼 5년 차쯤 되니까 체위의 순서는 물론 섹스할 때 나누는 대화도 일종의 루틴이 생겼는데, 좋아? 응. 뒤로 할까? 아니 조금만 더 이렇게. 지금 싼다. 어. 늘 이런 패턴이었다. 특별히 지루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익숙해서 거의 기계적으로 대답이 나오곤 했는데 어느 밤 섹스 도중 남편이 내 허를 찔렀다. ‘싫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화들짝 놀란 나는 자세를 고치고 앉아 남편에게 질문의 의도를 캐물었다. 과묵한 남편은 언젠가부터 내가 자기와의 섹스를 거부하지도 않지만 썩 반기는 것 같지도 않아 나름대로 속으로 고민하다가 내뱉은 말이었다고 했다.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은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서 남편에게 그럼 섹스할 때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들어주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 말에 나온 남편의 대답이 또한 반전이었다. “…욕해보는 거?” 내가 이런 놈이랑 결혼을 했다니. 변태 운운하면서 노발대발하는 내 태도에 남편도 기분이 상했는지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악다구니를 쓰며 싸웠다. 급기야 짐을 싸서 나가겠다는 나를 잡아챈 남편이 육두문자를 써가며 침대에 눕힌 게 그날의 세 번째 반전이다. 그런데 나쁜 년, 무슨 년, 제정신에 들으면 이혼감인 그 단어들에 왠지 꼴릿한 기분이 들었으니 그게 참 희한하다. 그 후로 우리는 가끔 한번씩 ‘싸우는 섹스’를 한다. 거칠 대로 거친 그는 섹스가 끝나자마자 다시 우직하고 다정한 남편으로 돌아온다. 사실 나는 섹스할 때 험한 말 듣는 것보다 그 간극을 더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I(30세), 주부

 

아득하게 빨려드는 신세계

사실 나와 남자친구는 처음에 이걸 마음먹고 시도한 건 아니었다. 어느 날 밤 남자친구는 침대맡에 선 채, 누워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섹스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그의 몸짓에 반응하다 한순간 고개를 뒤로 한껏 젖혔는데 갑자기 그가 한 손으로 길게 뻗은 내 목을 잡는 것이다. 순간 컥 하면서 숨이 가빠지는데 남자친구도 사정 직전이라 정신이 없는지 놓을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더 빠르게 피스톤 운동을 하면서 나를 압박했다. 머리가 살짝 띵하면서 완전히 녹초가 된 날 밤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 때처럼 바닥으로 빨려드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상하게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기분이 몇 초간 이어지다가 그의 사정과 함께 섹스가 끝났다. 남자친구는 턱을 젖혀 길게 뻗은 내 목선을 내려다보니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그러쥐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고 한다. 섹스가 끝나자마자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에게 나는 그렇게 아찔한 기분은 처음이라고 고백했고, 다음에 다시 시도해달라고 했다. 당하는 나보다 오히려 더 무서워하던 남자친구도 요새는 자유자재로 강약 조절을 하며 나를 만족시킨다. 반드시 명심할 것은 목을 졸리는 쪽에서 그만하고 싶을 때의 ‘정지 사인’을 서로 확실하게 정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 원래 섹스를 할 때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사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자칫 정말 큰일날 수 있다. 우리는 내가 그의 오른쪽 팔꿈치를 두 번 치는 걸로 정했다. 남자친구로서는 은근히 지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도 만족하고 나도 좋으니 우리에겐 뜻밖의 수확이다.  _L(30세),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