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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이너의 집 임원우

기와 하우스

간판도 없고 광고도 하지 않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차분한 표정으로 손님이 많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느긋한 집주인 임원우씨. 종로구 체부동의 ‘기와 하우스’는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목적으로 거창하게 벌인 공간이 아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그는 자신의 방과 작업실을 제외하고 남는 두 개의 방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외국인 친구 두 명과 월세를 나눠 생활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같이 집을 하나 구하면 비용을 더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알아보다 이 집을 만났죠. 남는 방은 게스트하우스로 꾸미고 파티도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고요.” 친구들은 직장을 옮기면서 이곳을 떠났고 지금은 혼자 지내고 있다.

 

전형적인 ㅁ자 구조의 한옥. 중앙 마당에 타일을 깔아 중정처럼 꾸며놓았다. 머리 위는 유리창으로 마감해 한낮의 맑은 빛이 그대로 쏟아졌다. 반들반들한 작은 마루며 나무 미닫이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사실 그가 이 집을 처음 봤을 당시, 이곳은 한옥의 자취를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한옥의 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섀시 문에 검은색 슬레이트가 천장을 덮고 있었거든요. 집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기존에 살던 사람도 방 두 개는 아예 사용하지 않을 정도였죠.” 그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공사에 나섰다. 마루를 새로 짜 깔고 미닫이문도 새로 맞췄다.

주로 갤러리 팩토리나 더북소사이어티 등 주변의 갤러리나 문화 공간에서 초청한 해외 아티스트나 작가, 디자이너들이 이곳을 추천받아 머문다. “제가 디자인을 하고 있고 예술에도 관심이 많으니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이 오면 대화하는 게 즐겁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함께 가고요. 이곳을 상업 공간이라기보다는 집처럼 느꼈으면 싶어 간판도 만들지 않았어요.”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가길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