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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좀 눌러줄까?

나는 요가 강사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스포츠 마사지 강좌도 같이 들었다. 살다 보니 3주 코스로 배워둔 마사지법이 요긴하게 쓰이는 날이 다 있다. 신혼이라 한창 남편과 매일 밤을 불태우는데, 우리도 인간인지라 매번 특별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애무 마사지. 강좌를 들으며 배워둔 기초적인 스포츠 마사지로 먼저 남편의 온몸 구석구석 긴장을 풀어주고, 동시에 성감대를 살짝 만지면서 자극하는 나만의 기술이다. 어깨와 등을 먼저 마사지하면 그가 연체동물처럼 힘을 쭉 빼고 눕는데, 그때 페니스 아랫부분을 동시에 주무른다. 목뒤의 딱딱해진 근육을 살살 눌러주는 동시에 페니스 끝을 손가락으로 달래듯 건드리면 그가 온몸에 힘을 줬다 풀었다 하면서 흥분하기 시작한다. 마사지의 생명은 느릿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 애무도 마찬가지다. 템포를 갑자기 높이면 담에 걸릴 수 있으니 차분히 자극하는 것이 좋다. 오늘 밤에는 마사지 젤을 활용해볼 계획이다. 미끈한 상태에서 문지르면 더 야릇할 것 같다. 그나저나 6주짜리 마사지 중급 강좌에 등록해야 할까 싶다. L, 31세/여

 

변신의 귀재

여자친구인 K와 나는 2년간 비슷한 섹스를 반복했다. 정상 체위에서 조금 나아간다 싶으면 후배위, 여성상위, 그러다 가끔 새로운 모텔에 들어가 낯선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한 우린 시작도 하기 전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섹스가 조금씩 지겨워졌다. K는 현명한 여자다. 내게 묘책을 제안했다. 우리는 상황극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척했다. 처음엔 서로의 발연기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다음에는 K가 가발을 쓰고 나왔다. 몰입이 잘 됐다. 우리는 역할극에 빠져들었다. 하루는 그녀가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카페에서 나를 맞이했다. 또 다른 날은 K가 모텔방에 들어오는 동시에 안대로 시야를 가렸다. 조금씩 서로의 페티시를 충족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상황극은 내 사무실로 이어졌다. 새벽 2시 불 꺼진 사무실에서 섹스를 했다. K의 정장 치마 속에 신은 까만 스타킹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우린 곧 이런 놀이에 꽤 익숙해졌고, 장난기는 빼고 역할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망사나 가벼운 코스튬에 흥분하고, K는 내가 낯선 남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내일은 좀 더 자극적인 상황에 도전한다. 그녀가 나를 묶어보기로 했다. O, 32세/남

 

침대용 스파클링 한 병 주세요

나는 연애할 때 6개월 이상 만나는 남자친구에게만 시전하는 신비의 테크닉이 있다. 지난주에는 만난 지 3백 일 기념으로 남자친구 J에게 이 마법의 기술을 선보였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원한 탄산수 한 병. 나는 주로 페리에나 초정탄산수를 산다. J와 분위기를 잡고 침대에 누웠다. 사부작거리며 서로를 조금씩 만지다가 천천히 달아오를 때쯤 탄산수를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이제 마법이 시작된다. 탄산수로 입 안을 반쯤 채우고 입으로 그의 페니스를 자극했더니 톡톡 터지는 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그러자 J의 페니스가 급작스럽게 탱탱해지면서 그가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 것처럼 흥분했다. 나는 같은 동작을 두 번 더 반복했다. 그날의 3백 일 기념 섹스는 3백 년이 지나도 못 잊을 만큼 특별했다. J가 말했다. “내 생애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진짜 미쳤어.” 극도로 뜨거워진 J와의 관계는 동이 틀 때까지 몇 시간이고 계속 됐다. 이토록 황홀한 섹스라면 탄산수 몇 병이든 아깝지 않다. 1년째 되는 날에는 J가 샴페인을 사오기로 했다. P, 27세/여

 

입 하나면 충분해

사귄 지 6개월째 된 여자친구는 섹스할 때 아주 솔직한 편이다. 내 노력을 봐서라도 가짜 신음 소리 한번쯤 내줄 만도 한데, 뭔가 미흡하다 싶으면 바로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뭐, 나쁘지 않다. 같이 만족해야 좋은 거니까. 여자친구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날에 쓰는 나만의 치트키가 있다. 별다른 도구는 필요 없다. 위아래 입술과 유연한 혀만 있으면 게임은 끝난다. 우선 키스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격렬하면 힘이 금세 빠지니까, 줄 듯 말 듯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면 천천히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 쇄골 부근의 살을 살짝 깨문다. 이어 쓸어내리듯이 유두 주변을 입술로 살살 문지르곤 혀끝을 둥글리며 유두를 자극한다. 이 단계쯤 오면 침이 말라 갈증이 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고지가 눈앞이다. 양쪽 가슴을 공평하게 자극한 이후에 곧바로 아랫배와 골반을 공략한다. 여자친구의 표정이 조금씩 상기된다. 클리토리스로 갈까 말까 망설이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면 좀 더 드라마틱해진다. 이제 종착역, 클리토리스다. 여자친구가 신음한다. 난 장난치듯 톡톡 건드린다. 금붕어처럼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 마지막 비장의 무기인 빨아들이기 기술을 쓴다. 결과는 무조건 KO승이다. 뭐니 뭐니 해도 오럴 섹스만 한 게 없다. H, 28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