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mcmalimd13_05

동네에 머물 듯 김혜영, 도원탁

체크 인 플리즈

경리단길이 지금만큼 힙해지기 전, 골목의 낡은 빌라 하나가 조금씩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네의 오래된 집이었던 곳이 ‘체크인플리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게스트하우스가 되었다. “이곳의 시작은 결혼 전 제가 살던 투룸이에요. 혼자 사니까 방이 하나 남았고 남은 방을 게스트하우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단 이름을 짓기로 했고 ‘콜마이네임’이라는 네이밍 수업을 들었어요. 호텔이 떠오르는 이름을 짓고 싶었고 호텔에 가면 무슨 말을 가장 먼저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체크 인 플리즈’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의 이곳은 이름이 먼저 지어진 셈이다.

체크인플리즈라는 이름을 상호 등록한 후 신혼집으로 경리단길의 낡은 빌라를 샀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혜영과 조각가인 남편 도원탁이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낡은 건물에 새로운 옷을 입혀나갔다. “돈을 벌어 조금 고치고, 또 돈을 벌어 조금 고치는 식으로 서두르지 않고 만들어나갔어요. 공간 곳곳을 저와 남편의 취향대로 꾸몄죠.” 조만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주인공으로 <게스트 콜렉팅>이라는 책도 준비해볼 참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 한 명 한 명의 여행 이야기가 그 주제다.

 

체크인플리즈 1층에는 카페가 있다. 카페에는 라운지처럼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여행을 와서 이곳을 찾는 손님이든, 동네 사람이든 오다가다 잠시 들를 수 있는 곳이길 바랐어요. 요즘은 모 든 게 핫하잖아요. 저는 그게 싫더라고요. 조용하고 잔잔하게 동네에 묻히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리단길이 좋아요. 어제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는데 남편이 동네 주민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주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어요. 별 것 아닌데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잖아요.” 그렇게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재미난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카페 1층에는 동네 친구가 여행할 때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카페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체크인플리즈라는 이름으로 샤워 가운이나 타월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게스트하우스에 멈추는 게 아니라 좀 더 확장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 전에 일단 여행을 다녀오려고요. 다 귀찮아지는 순간이 오면 다른 곳에 가서, 이곳을 찾는 손님이 그러듯 그 동네에 한참을 머물다 오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38가길 40
문의 010-5180-7257

1609mcmalimd13_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