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잘 모르지만 드라이브 삼아 쓱 야구장에 가서 직접 관람하는 야구 경기의 재미는 확실히 안다. 냄새나는 아저씨들 틈에서도 야구장에서 먹는 건 김이 빠진 맥주건 눅눅한 튀김이건 이상하게 다 맛있다. 가본 사람은 알 텐데 오히려 영화관보다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플레이 오프가 한창인 가을 평일의 야구장이다.

오늘의 행선지는 스포츠 마니아라면 한번은 가겠다고 벼르고 있을 서울 고척돔. 출발할 때 마음과 달리 오후 5시 서울 테헤란로에서 인피니티 Q30을 타고 출발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차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큼 화려하고, 구름이 멋진 하늘까지 이 차의 좋은 배경이 되어주었건만 힘 좋은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를 느끼기 에는 도로에 차가 너무나 막혔다.

설 때마다 시동을 꺼서 연료를 아끼는 에코 모드로 가다 서고 가다 서고, 시속 40km를 넘기까지 한 시간쯤 걸렸을까. CUV라는 이름에서 느꼈겠지만, Q30은 언뜻 해치백을 닮았는데 더 정확히는 세단과 SUV를 섞어 만든 차다. 운전석에 앉으면 내 위치가 높고 시야가 넓어 다루기가 좋다. 타기 전에는 꽤 커 보였는데(길이 4425mm, 높이 1475mm), 막상 타니 부담이 적었다. 벤츠 A클래스(길이 4305mm, 높이 1445mm)보다 약간 길고 현대 투싼(길이 4475mm, 높이 1645 ~1650mm)보다는 조금 낮은 정도. 전후방 센서가 매우 예민해서 앞차와 너무 가까워지거나 그 틈새로 다른 차들이 바퀴를 들이밀면 앙칼진 고음으로 곧장 알렸다. 잠깐씩 멍때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차선을 넘어가면 운전석을 강한 진동이 ‘웅, 웅, 웅’ 세 번씩 울리는데 무척 진지하고 정중한 느낌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짬짬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차의 주행감은 꽤 괜찮았다. 속도를 높이거나 줄일 때마다 계기반에 뜨는 기어 숫자가 1에서 7까지 오르내린다. 사이사이 툭툭(변속 충격) 존재감을 일깨운다. 왠지 모르게 그 타이밍이 어색하긴 했지만 스포츠 모드나 스티어링 휠 양쪽의 패들 시프트(메뉴얼 모드)를 써서 마구 밟는 편이 아니라면 거슬리지 않는 수준. 머리를 대는 부분까지 일체형인 스포티한 좌석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편안했다. 피로감이 확실히 적다는 인피니티(닛산) 고유의 ‘좌석부심’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Q30은 속도를 낼 때 더 좋아진다. 보통 2.0엔진에 가솔린을 쓰는 중형 세단은 1백80마력 정도인데, 이 차는 2.0엔진에 ‘터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쏘나타보다 더 작고 단단한 차체로 2백11마력을 낸다. 연비는 서행부터 고속 주행까지 죄다 달렸는데도 12~13.1km를 줄곧 유지하는 걸 보면, 그리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 수준은 아니다. 그만한 즐거움을 주는 차인 건 분명하니까.

고척돔 앞에 이르러 이 차의 장점을 확실히 알았다. 경기장은 처음 오는 사람은 약간 헷갈릴 만한 위치에 있다. 경기장 건너편 쪽에서 오면 P턴을 해야 눈앞에 보이는 주차장 입구를 놓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도로 표지판 앞에서 두어 번쯤 ‘급히’ 꺾고 U턴을 돌았다. 서툰 솜씨에도 Q30의 스티어링 휠과 차는 별 불안함 없이 ‘스무스’하게 잘 돌았다. 속도를 높여 외곽을 돌 때도 마찬가지. 양손에 스티어링 휠을 딱 쥐고 있으면 그리 크지 않은 차다운 장점을 느낄 수 있다.

평일이라 야구장에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웬 걸, 경기 시작 전 미리 주차 등록을 한 사람들로 입구가 막혀 있었다. 경기장 상가와 바로 연결된 지하 주차장은 꽤 너르고 딱히 나쁠 것 없는 조명과 안내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만에 하나 못 들어가면 출입구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건너편 다리 아래 유통단지 야외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은 걸어서 10분 내외 거리인 데다 저녁엔 불 꺼진 상가가 대부분이라 혼자 가기 불안할 정도로 조금 으슥하다. 주차료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주차 간격도 조금 좁은데, Q30의 똑똑한 보조 장치들 중에서 뒷면뿐 아니라 차 곳곳에 숨은 카메라로 사방을 모두 비춰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주변에 움직이는 물체까지 감지해주어 무척 편했다. Q30처럼 차 뒤쪽이 점점 풍만해지는 디자인은 초보자가 눈으로 주차 공간을 가늠하기 영 어렵다. 그럴 때에 대비해 Q30에는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조작해주는 파킹 어시스턴트가 있으니 버튼 하나를 눌러 써도 되지만, 이런 건 주차 라인이나 차가 확실이 인식되는 상황이어야 유리하다. 다른 차라도 이런 기능은 차에 충분히 적응한 후에 상황에 따라 맞춰 쓰는 게 좋고. 그날은 그러기에 마땅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티켓이 가장 저렴한 맨 꼭대기 외야수 비지정석에 오도카니 앉아 LG와 넥센의 경기를 보는데, 희한하게 만족스러웠다. 간식과 맥주를 사들고 들어가면 주차료를 포함해 혼자서 채 2만원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몇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니. 물론 가는 길에는 팡팡 잘나가는 차로 달릴 거라는 기대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인피니티 Q30은 2.0 가솔린 엔진뿐이고, 가격은 실내 옵션에 따라 3천8백40만~4천3백90만원이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11.1km.

+ 눈길을 끄는 ‘레어템’을 사랑하며 도로에서 지고는 못 사는 파워 드라이버.
힘과 편의 장치는 줄어도 비슷한 가격에 더 유명한 벤츠 A클래스가 낫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우선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