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식물 초상화

손정민 <식물 그리고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식물에 빗대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는 건 그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 일러스트레이터 손정민이 자신을 둘러싼 50여 명의 사람들을 호명한 뒤 이들을 닮은 식물을 하나씩 찾아내 짝지어 그림과 글을 완성했다. 가족과 동네 친구를 시작으로 윤상과 모델 박세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묘사했는데 하나같이 정면을 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앞을 향한 얼굴에는 진솔함이 담겨 있고 자연스러운 진솔함 속에는 언제나 연약함이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진솔하고 다정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있다. 2백10여 종에 이르는 목련이 꿀벌이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한 고대 식물이라는 점, 칠레의 국화인 라파게리아는 칠레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꽃이라는 사실 등 무용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정보들이 담겨 있다. 미메시스

 

 

1세기 만에 만난 자연

크리스텔 레바 <필드 스터디스>

2017년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 책은 프랑스 현대사진가 크리스텔 레바가 오래된 사진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기획했다. 1920~30년대에 활동한 영국의 식물학자 에드워드 제임스 살리스버리가 자연과 식물을 촬영한 다량의 유리 건판이 최근 공개되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크리스텔 레바가 살리스버리의 사진을 이정표 삼아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 것. 살리스버리가 방문한 장소에 머물며 그가 기록했던 식물을 찾아 다시 사진에 담았다. 의미 있는 여행기이자 아름다운 식물도감이다. FW Books(by 이라선)

 

 

정원 속 충만한 생

타샤 튜더, 토바 마틴 <타샤 튜더의 정원>

생을 마감하기까지 70여 년 동안 1백여 권의 그림책을 발표한 미국의 동화 작가 타샤 튜더. 56세에 그간의 인세를 모아 버몬트 깊은 산골의 땅 30만 평을 구입한 그녀는 남은 생 동안 자급자족하며 자신의 땅을 일궜다. 그녀가 20여 년간 어떻게 정원에서 삶을 보냈는지에 대해 계절별로 정리한 에세이 <타샤 튜더의 정원>. 염소젖을 짜고 꽃을 가꾸고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차를 마시고 산책하고 그림 그리는 등 그녀의 일과와 라일락 나무와 정원을 메운 제비꽃과 물망초, 돌능금나무 등을 소개하며 이 식물들을 어떻게 가꿨는지 세세히 보여준다. 언뜻 부러운 삶이지만 매년 5월이면 홀로 2천여개의 구근 화초를 심어야 했으며, 여름이면 3만 평의 잡초를 뽑았다는 등 현실적인 노동을 묘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윌북

 

 

식물을 대하는 방식

김지원 외 5인 <우리가 원하는 식물>

일과 생활에서 식물과 가까이 지내는 6명의 젊은 창작자가 모여 식물과 관련한 기록과 에피소드를 엮었다. 현대미술, 식물학, 문화사, 원예와 공예 등 저자들이 몸담은 분야가 다양해 읽고 볼 것이 풍성하다. 가령 식물에 흐르는 전류를 수집해 시청각 신호로 바꾸는 연구 기록문, 경조사용 화환에 사용하는 인조 잎에 대한 소논문, 식물 드로잉이 완성되는 일련의 과정, 식물이 미술 전시에 등장한 역사 등 문화와 예술, 과학을 넘나드는 주제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다채로운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은 하나다. 이들은 ‘우리가 식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식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식은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로 뻗어나간다.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에서 열린 <식물도감: 시적 증거와 플로라>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다시 모여 만든 기록물이다. 생물과 문화

 

 

식물이 건축이 되는 순간

디자인 스튜디오 엘오씨아이 <도큐멘테이션>

디자인 스튜디오 엘오씨아이는 지난 10년간 대지와 도시, 정원을 작업 공간으로 삼아 조경 설계와 정원 시공 컨설팅을 하며 다방면에서 식물을 다뤄왔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오산천 남촌소공원,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오설록 티 뮤지엄 등 서정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다듬어온 이들이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