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주인인 야신이 우리를 반기며 방을 보여주었다. 하얗고 산뜻한 방 안에는 모로코 스타일 장식품들과 디자인 가구가 놓여 있었다. 발코니 너머로 대서양과 호텔 수영장, 보기만 해도 한껏 게으름을 부리고 싶은 해먹, 편안해 보이는 카우치가 내려다보였다. 객실과 멀지 않은 곳에 웨트 수트를 빌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방문했는데 들어서자마자 모로코인 서퍼들이 유쾌한 웃음과 함께 우리를 환대해주었다. 수트 사이즈를 잰 후에 초보자에게 맞는 해변으로 가는 셔틀 버스 쪽으로 안내받았다. 셔틀버스 역시 여행자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듯했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리스트마저 서퍼들의 히피 감성을 깨울 수 있게 특별히 준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U2, 벤 하워드, 멈포드 앤 선스 등 그야말로 서퍼의 음악이라 할 수 있는 곡들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해변에서 서핑의 기본 수칙을 짤막하게 듣고 나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수면이 태양 빛을 받아 반짝였다. 12월이지만 더없이 따뜻한 햇살이 바다에 내내 머물렀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서프보드 위에 잠깐 서는 기술까지 해냈다.

잠시 후 바다에서 나와 해변에서 민트 티를 한 잔 마신 후에 소금기 묻은 머리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호텔로 돌아와 기다란 저녁 테이블에 합류했다. 아무아주 호텔에서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요리사들이 큰 접시에 담아 선보이는 모로코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캠프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낮 동안 있었던 일을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눴다. “오늘 이무란 해변의 파도는 어땠나요?” 등의 대화가 오갔다. 태양과 맛있는 음식, 모로코산 레드 와인에 취해 흡족한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