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내추럴 와인은 제조 과정 도중 화합물을 일절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포도로만 발효한 와인을 뜻한다.
고로 더욱 풍부한 산미를 느낄 수 있으며, 흔히 마시던 기존 와인과 같은 품종이더라도 전혀 새로운 맛을 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슬로크 slok 내추럴와인

출처: @slok_seoul

국내 몇몇 레스토랑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최근 이태원 녹사평에 내추럴 와인 전문 레스토랑, 슬로크(Slok)가 문을 열었다.

‘Slok’은 네덜란드 언어로 ‘꿀떡꿀떡 마시기’를 뜻하는데, 다소 이국적이지만 왠지 듣자마자 입에 착착 붙는 느낌이다.
#슬롴슬롴 이란 이곳의 시그니처 해시태그도 나날이 늘어가는 중.

가오픈 때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이곳을 방문해 이윤경 대표와 내추럴 와인,
그리고 슬로크의 베스트 메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평소 도쿄 여행을 즐기던 그녀. 내추럴 와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도쿄에서도 내추럴 와인만 찾아 다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와인과 함께 내놓는 메뉴.
제철 완두콩 요리 같은 비교적 소박한 메뉴와 페어링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국내 파인 다이닝과 와인 바에서도 점점 내추럴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윤경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slok 슬로크 녹사평레스토랑

초당 옥수수를 넣은 계란 마요와 오이, 사워도우.

제철 초당 옥수수의 당도에 한번 놀랐고 아삭거리는 식감에 또 놀랐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초당 옥수수와 사워도우 빵의 조화. 입에 침이 절로 고인다.

 

slok 슬로크 녹사평레스토랑

다양한 콩 샐러드, 양파 소스, 햄프 씨드.

병아리 콩 위에 후무스가 듬뿍 올려진 샐러드.
구운 양파를 갈아 만든 소스가 콩 특유의 고소함과 잘 어울린다.
담백한 메뉴에 방울토마토의 상큼함이 피처링된 주옥같은 메뉴다.

 

이윤경 대표는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추럴 와인을 마신다.
슬로크 와인리스트에 적어 놓은 설명에서 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slok 슬로크 이태원레스토랑

 

빠삐옹,알리 밀란(provence/2014)

이 아름다운 살먼 핑크 안에 감춰져 있는 서늘하고 짱짱함을 느껴보세요.
(천사들의 합창의 마리아 호아키나나 fx의 크리스탈 같은 ‘냉미녀’ 같아요.)

바이스, 구트 오가우(Austria/2016)

서리 피해로 홍작이던2016년. 구트 오가우는 모든 포도품종을 블렌딩하여 로제, 화이트, 레드 오직 세 가지의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서리는 시련으로 변장한 축복이었습니다. 시련이 덧대어진 포도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름다운 와인이 되었거든요!

 

이윤경 대표는 ‘제철 요리’ 콘셉트에 맞게 올가을, 옥수수 대신 표고버섯 메뉴를 고민 중이다.
지금은 복숭아가 제철이라 마스카포네 크림과 함께 서빙하고 있다.
이 메뉴는 곧 사라질 예정이니 경험해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밤 10시 반 이후에만 주문이 가능한 고수 사발면도 매력적.
고수 조금 얹었을 뿐인데, 내추럴 와인이랑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라면 국물이 필수죠?’라는 그녀의 설명에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메뉴만 재미있는 건 아니다. 다 마신 와인병엔 낙서도 할 수 있다. 펜은 슬로크에서 제공한다.
꽤나 오랫동안 무더울 여름밤, 지인들과 내추럴 와인 한잔 하며,
몸에 좋은 제철 음식 먹으며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는다면 슬로크가 제격이다.
가끔 테이블에 놀러 오는 주인장의 반려견도 볼 수 있고.

 

주소: 서울 이태원동 447-5
문의: @slok_seoul
영업시간: 6:00-12:00 (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