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

tvN <시그널>

타임리프 소재의 드라마가 늘 그렇듯, <시그널>도 단숨에 첫 화부터 마지막화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제훈, 김혜수, 조진중의 연기 앙상블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단역까지도 탄탄한 연기로 몰입을 돕는다. 미제사건 전담팀 프로파일러 박해영과 과거의 형사 박해영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무전으로 교신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이 둘의 시간에 공통적으로 걸쳐있는 자수현 형사가 스토리의 연결고리를 담당한다.

 

Netflix <킹덤>

김은희 작가의 최신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한 조선시대의 좀비물이라, 예고편부터 놀랄 정도로 섬뜩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시그널>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틀을 깨버렸던 김은희 작가답게 넷플릭스의 시즌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갔으며 총 6편의 드라마에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을 여기저기 흩뿌려두었다. 세자로 등장하는 주지훈과 의녀로 등장하는 배두나의 사극연기는 약간 이질감이 있다는 평이 많지만, 류승룡과 허준호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가 무게 중심을 맞추고 있다.

 

송재정 작가

 

tvN < 나인 : 아홉번의 시간 여행 >

독특한 소재를 포착해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특기인 송재정 작가의 2013년작 드라마다. 한 남자가 우연히 얻게 된 9개의 향으로 20년전으로 아홉 번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백 투더 퓨처>처럼 과거로 돌아가 바꾼 작은 일이 현재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얽히고 설키는 전개에서 재미가 시작된다. 미드처럼 회차마다 몰입감과 궁금증이 넘치는 편이라 한번 시작하면 정주행을 하게되는 웰메이드 한국 드라마의 고전이다.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의 단점으로 시청자들은 ‘아쉬운 뒷 마무리’를 꼽는데, 최근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명쾌하고 장엄한 마무리로 드라마의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독특한 소재가 주는 설정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들도 꽤 많다. 이 드라마는 출시예정인 증강현실 게임이 현실과 혼동되는 에러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게임개발회사의 사장인 유진우가 게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장면들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NPC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이수연 작가

<비밀의 숲>

‘정주행’을 한다면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살인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구조라서 회차마다 끈끈하게 이어진 그 고리를 끊어서 시청하기가 매우 힘들다. 조승우가 감정 없지만 대쪽 같은 검사 역으로, 배두나가 자기 일은 제대로 해내는 부드러운 형사로 등장한다. 그간 스릴러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직업군의 캐릭터를 뒤집는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재미도, 다소 연설적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는 드라마다.

 

JTBC <라이프>

<비밀의 숲>에서 한 발짝 더 사회적인 드라마로 나아간 것이 <라이프>다.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사건도 등장하지 않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하나 나오지 않지만 현실에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드라마다. 사립 대학 병원에 재벌그룹 임원 출신의 사장이 부임하면서 생기는 불협화음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일종의 ‘청년 운동가’ 역할을 하는 의사 이동욱이 극 중 초반에 보여준 차갑게 절제된 연기가 새롭다. 모든 캐릭터에 매력을 불어넣는 조승우의 연기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