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나 페미니즘 90년생여자 젠더이슈 국회보좌관

구유나 국회 보좌관 1991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20대 여성들은 늘 긴장 상태다. 20대 초반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출근했더니 스쿨 룩 컨셉트의 딱 붙는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의 유니폼을 줬다. 어느 날은 당구장 실장이 가슴 부분의 단추가 풀어졌다며 내 유니폼 단추를 직접 잠가줬다. 몇 번 나가고 그만뒀다. 대학생 때 속옷 차림으로 내 방에 누워 있는데, 창문에 바짝 붙어 얼굴을 내밀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가 하면 집에 가는 길, 또래 남성이 휴대폰으로 치마 속을 촬영한 적이 있다. ‘찰칵’ 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얼마 전엔 회사 점심시간에 낯선 남자가 쫓아온 것을 다른 사람들이 소리로 알려준 적이 있다.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슬픈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야 그러면 남자들이 오해해.’ 상대를 사람 자체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여겨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게 문제다. 이성으로서 호감과 사람으로서 호의를 구분 좀 하자. 저 말이 한 단계 진화하면 ‘네가 먼저 꼬셨잖아’가 된다. 정말 위험한 발언이다. 또 여자가 직접적으로 듣는 말은 아니지만 그만 좀 했으면 싶은 말이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순간 몇 년 전 친한 친구와 함께 네팔의 안나푸르나로 트레킹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일주일 동안 눈뜨는 순간부터 눈 감는 순간까지 하루 종일 산을 탔다. 몸은 고됐지만 행동은 더 자유로웠다. 스포츠 브라 차림으로 있어도 노골적인 시선을 받지 않았고, 땀에 찌든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어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시 어마어마한 캣콜링이 시작되었지만.

주목하는 젠더 이슈 일명 데이트 약물로 불리는 향정신성 약물 실태. 불법 약물들은 누구라도 구입 가능하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물들이 유통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물도 많다지만 판매 사이트 후기 게시판에는 약물을 이용해 여자와 잠자리를 한 각종 무용담들이 자랑처럼 올라오고 있다. 정말 구역질 난다. ‘데이트 약물’이 아니라 ‘강간 약물’이라는 표현이 맞다.

가장 아름다운 나 나는 내가 아름답다거나 멋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답을 내릴 수가 없어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요즘 시대에 인터뷰에 참여하는 게 굉장히 용기 있고 멋지다”고 이야기해줬다. 그 말이 맞다. 정말 용기 내서 인터뷰를 했다.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순간의 나는 정말 아름답고, 앞으로 더 아름다울 예정이다.

 

김은지 미디어 아티스트·작곡가·사운드 디자이너 1992

페미니즘?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합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운동. 역사적 흐름과 사회·문화적 현상 연구를 통해 특정 성별의 사람들이 차별당하는 이유는 뭔지, 기득권 세력이 그들의 힘을 어떻게 유지해왔는지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기 때문에 학문이다.

여성스럽다 사회적 통념으로 쓰이는 기괴한 말. 다만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자랐다는 일종의 경험적 울분을 공유하는 성이어서 서로 연대하려는 성격이 강하고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성격인 것 같다.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프리랜서로 일할 때면 상대가 나를 보고 ‘생각보다 어려 보이는데’ 하며 속으로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것이 훤히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스스로 숙련되고 독립적 개인이라 여겨왔기에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고, 헤어질 무렵에는 그들도 더 이상 나를 미숙한 20대 여성이라 생각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기 전이야말로 20대 여성을 보는 사회적 통념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듣고 싶지 않은 말 ‘아무래도 여자애니까 꼼꼼하지’ ‘여자애가 이런 건 더 잘해’ ‘왜 안 꾸미고 다녀? 조금만 꾸미면 훨씬 예쁠 텐데’ ‘여학생들은 암만 가르쳐도 시집가면 끝이야’ 등 사소하지만 내 가능성을 제한하는 말들, 혹은 인정받기 위해 남자들의 배는 노력해야 했던 순간들.

일상 속 실천 페미니스트가 인터넷에만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충분히 많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평상시 의견을 나눌 때 페미니즘에 기반한 의견을 많이 드러내려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요즘 세상에 그런 여혐 발언 하면 큰 문제 된다’며 쉬쉬하는 움직임을 느꼈을 때. 역시 대한민국 사회답게 서로의 도덕성을 감시하는 형태로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는구나 싶어 허탈했다.

가장 아름다운 나 스스로 ‘아름답다’라고 표현할 만한 느낌을 받은 적 없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나일 뿐이고, 특별히 더 아름답고 당당하고 빛났다고 느낀 순간은 없다. ‘미’를 다루는 활동을 하다 보니 예술적 관점을 제외하고 생각하기 힘들다. 내가 만든 것은 때로 아름답다. 소리가, 혹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 아름다울 때도 있었지만 그것을 만든 나 자신 또한 아름다운가?

#맨스플레인 똑똑한 척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멍청해 보임.

#가스라이팅 여성들 중에 간혹 자신은 차별을 그다지 못 느끼며 살아왔고, 주변 여자도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며 산다며 ‘여혐’은 판타지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있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됩시다.

 

이효진 페미니즘 90년대여자 성평등의식

이효진 패션 브랜드 OPEN THE DOOR 대표 1992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고정된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내가 주체가 돼야 하는 삶이 타인(또는 남성)을 위한 삶이 될까 두려울 때가 있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고등학생 때 버스 맨 뒷자리에 친구들과 앉아 있었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가 뒤돌아보며 다리를 쳐다봤을 때. 기분이 나빠 내릴 때 다리 쳐다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듣고 싶지 않은 말 “네가 이런 식으로 입고 다니니까 남자가 없는 거야. 머리 검게 염색 하고 좀 길어봐.”

일상 속 실천 와이어리스 브라렛을 착용하게 된 것.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성평등을 의식한 문화 콘텐츠를 발견할 때. 가령 예전 드라마 속에서는 왕자님 같은 남자 주인공과 신데렐라를 꿈꾸는 평범한 여자가 주인공이 되었다면,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매체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자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나 여자로서의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필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때.

나의 위대한 여성 모델 에디 세즈윅. 쇼트커트에 짙은 아이라인과 메이크업, 패션까지 매력 그 자체.

 

김채연 마케터 1993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들어선 순간,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불쾌감의 크기가 엄청 커진다.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뛰어들어 겪는 차별은 현실적인 피해로 다가온다. 또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불쾌감을 드러낼 수 없어 어색하게 웃어넘길 때가 많고, 이런 용기 없는 내 모습이 답답할 때도 있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예쁜 여자 후배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처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를 품평하는 상황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예쁘다, 예쁘지 않다 날씬하다, 날씬하지 않다 피부가 좋다, 피부가 나쁘다 등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평가당하면서 ‘여성’으로서 나를 정의하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자식을 낳으면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된다’ ‘내 배 아파 낳으면 모성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상 속 실천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무의식중에 내 사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성 역할을 구분하거나 성고정관념을 나타나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또 특정 사건이나 언어를 접하고 불쾌감을 느낄 때는 그 원인이 뭔지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부한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불법 촬영물과 웹하드 카르텔. 여성들의 생명까지 앗아가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불법 촬영물은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너무 많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강남역 포스트잇 시위와 혜화역 시위. 성차별 수사, 여성 혐오 범죄 등 일련의 사건에 분노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낸 순간. 서로 용기를 주며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아름다운 나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들과 가장 편안한 상태로 있는 순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하지 않을 때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차별비용 우리도 차별받았다고 하지 마세요. 그건 차별 비용입니다.

 

양정란 베이커 1994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무섭지만 용감해져야 한다. 이전 세대 여성의 삶과 비교하면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에 두려워하고,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그 속에서 목소리를 높이다 보면 이상한 용어로 여성들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직면한다. 무섭고 때로 나 자신이 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싶고, 행동해야 한다고 느낀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여자는 남자 잘 만나 결혼만 잘하면 된다’. 남자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간주하며, 여성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무시하는 말.

주목하는 젠더 이슈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여성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영상 촬영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단 유포는 성폭력이다. 2차 피해가 생긴다는 점에서 엄중 처벌해야 하고, 모두가 범죄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나 여성으로서 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내 의견을 따르고 또 그것을 인정해주는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위대한 여성 김향안(변동림). 이상의 전 부인이자 김환기 화백의 부인으로 알려진 수필가이자 미술평론가. 두 남성 예술가를 이끌고, 앞장서 그들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그 시절에 홀로 파리로 떠날 만큼 배포가 큰 여성이었으며, 예술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힘든 시대에 ‘신여성’으로서 살아온 그녀의 존재는 내게 큰 용기와 자극을 주었다.

#노브라 #탈코르셋 “제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