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시절 추억이 가득한 요리가 있다. 재일교포인 어머니의 솜씨는 요리사 수준이였다. 그런 우리집에서 자주 먹던 건 전골메뉴였다. 그래서인지 ‘한우샤브샤브’를 자주 찾는다. 일식 같은 느낌이지만, 한국의 7080들에게 꽤 한식스러운 메뉴다. 오늘도 나와 함께하는 미스킴은 “한식을 먹으면 여정들의 애환이 담겨있어. 꼭 누군가의 수고를 먹는 것 같아.” 이모님들이 차려주시는 한 상, 제법 다정한 느낌이다.
냄비의 물이 끓기만을 바라보며,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샤브샤브는는 고기, 채소 고기다. 고기를 먼저 넣어 육수를 우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채소를 넣어 풍미를 즐기다 채소에서 나오는 단맛을 더해 고기를 담백하게 즐긴다. 미스킴은 꽤 멀티스러운 이 요리가 꼭 나 같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단백하고 심플한 냉면이고 어떤 사람은 샤브샤브 같다. 한 냄비에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가 변형이 가능하고 양념도 다양해 매번 다르게 즐길 수 있는 이 한가지 메뉴, 다양한 업계에서 분주하게 질주하는 네 모습 같잖아.”
물이 끓고, 고기 하나를 육수에 담궜다 꺼내면서, 한 끼를 시작한다. 샤브샤브를 보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인생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같다. 마치 재료를 뜨거운 물로 대처내면 먹거리가 바로 되듯, ‘날 것’의 내 아이디어가 열정을 만나 새로운 휴먼다큐멘터리로 탄생하는 것 같다.
끓는 ‘육수’를 보면서 잠시 나를 돌이켜본다. 20대의 ‘나’라는 육수는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탄생시켰으며, 지금의 나는 또 어떤 육수가 되어 어떤 사람들과 만나 더 성숙한 요리들을 내어놓는가. 나는 분명 많은 인연과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했다. 이제는 본요리인 샤브샤브 뿐 아니라, 쌀을 더해 죽까지도 맛있게 만들 자신이 있다. 그리고 가장 심플하지만 담백하고, 힘들 때 가장 편할 수 있는 그 죽이 샤브샤브를 먹을 때 마다 가장 기대된다. 샤브샤브 한 끼는 참 이렇게도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