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
키티버니포니,루밍, 에이펀드, 제로 콤플렉스 등의 공간 디자인

플랏엠은 2005년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도 가장 핫한 디자인 그룹으로 꼽힌다. 규모부터 분야까지,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한 플랏엠의 선정현 대표가 사는 연희동 집을 찾았다.

자기소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 (flat.m)의 대표다.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 리빙 편집숍 루밍, 패션 편집숍 에이랜드 외에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제로콤플렉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비아인키노 등의 공간을 디자인했다. 2016년부터 ‘논픽션 홈’이라는 가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의 프로젝트 서교동의 의류, 라이프스타일 숍 ‘하이츠스토어’와 한남동 리빙 편집 숍 ‘라이크.’

기억에 남는 작업 수많은 작업을 했기에 기억에 남는 이유도 저마다 다양하다. 그중 비아인키노 1층에 자리한 라이프 북스는 작년 5월부터 나와 플랏엠의 또 다른 멤버 조규엽이 서점의 아트 디렉터 역할까지 맡기 시작하면서 중요한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이전까지 하드웨어만 만들고 빠졌다면, 이 프로젝트는 공간이 완성된 후까지도 계속 진행 중인 거다. 작년 말, ‘지붕아래 바’라 는 제목으로 ‘논픽션 홈’의 전시까지 진행한 클라이언트의 개인 작업실도 기억에 남는다. 클라이언트의 허락하에 빈 공간에서 시작해 가구만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거쳐 공간을 완성했다. 그 외에도 5년 전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고, 이후 리뉴얼 작업도 진행한 스니커즈 숍 ‘그라더스’와 반응이 좋았던 ‘으라차차 한의원’, 소바전문점 ‘노부’ 등이 기억에 남는다. 빈티지 옷에 대한 대표의 지식과 사랑이 대단해서 그 마인드에 매료된 빈티지 숍 ‘스트로모브카’ 도 떠오른다.

‘논픽션 홈’ 프로젝트란? 일종의 가구 프로젝트다. ‘논픽션 홈’은 가구의 설치를 통해 공간의 변화를 기록하고 관찰하며, 기록은 플랏엠의 작업에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플랏엠이 공간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임은 변함없다. 다만 누군가의 커미션을 받고 일하는 것에 대한 갈증과 한계가 있었고, 2016년에 그 한계를 넘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과연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나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 이 집에서 조명을 여러 번 바꿨다. 마음에 안 들어서라기보다 ‘이런 조명을 달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집에 있는 가구 중의 반은 ‘논픽션 홈’ 가구고, 반은 WEK와 플랏엠이 만든 가구다. 한마디로 만든 가구와 만들었다가 실패한 샘플이 여기에 모여 있는 거다. 지금의 이 집은 실험실 같은 공간이다.(웃음)

이 집을 선택한 이유 공사가 진행 중일 때 여길 보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조악한 마감재로 마무리하기 전이었기에 마루, 가구, 조명은 내가 하겠다고 집주인과 얘기했다. 테라스가 있고 창 이 많은 점도 좋았다.

이 집의 아쉬운 점 공간이 작게 나뉘어 있다는 정도. 네게는 방의 개수보다 원룸이라도 요가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중요한데, 한국은 방의 개수를 따지기 때문에 넓은 방을 찾으려면 자연히 넓은 집이라는 조건이 따른다. 대신 옥상과 테라스가 넓어서 날 좋을 땐 야외 요가를 즐긴다.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테라스. 이 집에서 나무와 농사를 배웠다. 나무도 많이 키웠고, 야생화도 많이 알게 됐다. 고추, 토마토, 파 같은 것은 다 길러 먹었고 봄 되면 매화와 라일락도 꽃 피웠다. 오피스텔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집을 고를 때 중요하게 보는 것 채광과 창밖 풍경. 얼마 전까지는 집집마다 나무가 있어서 커튼이 필요 없었다. 덕분에 집 안에서는 창을 열었을 때 나무를 볼 수 있고,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어 좋았다.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그 나무 들이 많이 잘려 아쉽다. 앞서 말한 대로 주변 환경도 보는 편이다. 계속 살아야 하는 곳인 만큼 동네 문화가 중요하다. 집 ‘안’은 내가 만들면 되니까 외부 요인을 더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연희동인 이유 이전에는 광화문과 경복궁에 살았다. 좋은 동네지만 도심인 탓에 뭔가 사러 나갈 때 샤워부터 옷을 입는 과정까지 ‘외출’과 다름 없는 절차가 필요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추리닝 입고 몇 걸음만 나가면 꽤 높은 수준의 커피, 서점, 마트, 베이커리 등을 접할 수 있는 이곳이 좋다. 살아보면 안다. 이런 점이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인지. 연남동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동네가 크게 낯설지도 않았다.

요즘 나의 흥미 요가! 4년 차다. 육체와 정신을 함께 수양하는 것이기에 직접 해보라는 것 말고는 왜 좋은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하면 할 수록 더 좋아서 늘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요가를 하다 보면 어렵고 불편한 동작을 맞닥뜨리는데, 꾸준히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다. 이런 생각이 어느새 일상에도 적용된다. 계속 하면 어느 순간 된다는 것. 덕분에 급하고 불같은 성격을 잠재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웃음). 물론 몸도 좋아진다. 현재 나를 포함한 친구 세 명과 요가를 하는데 옥상, 서점 등 야외에서 진행하는 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더 많은 요가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려는 중이다.

요즘 하는 생각 2월에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 왔다. 디자이너, 갤러리스트 등을 만났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 디자이너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큼 건물을 많이 부수고 짓는 도시가 없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에게는 더 기회가 많은데, 여태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유럽 디자이너들의 시선에서는 그런 환경이 꽤 부러운 거다. 한국만의 좀 더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고민하려고 한다.

영감을 주는 것 주변에 있는 물건을 좀 더 관찰하다 보면 잘 쓸 수 있는 것이 많다. 기존 리사이클링의 의미와는 다른데 바쁘고, 힘들고, 지치고, 피로하다는 이유로 관찰을 잘 못한다. 이 나무 토막은 현장에서 주워온 폐자재다. 이걸 후크로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지 않나?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가 쓴 <A Flower with Love>도 꽤 자극이 됐다. 선물받은 책인데, 다른 사람에게도 막 선물하고 싶을 만큼 좋다. 열심히 관찰하면 아름다운 삶은 다 주변에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에서 가장 좋은 곳 첫 번째는 ‘라이프 북스.’ 소설가 정지돈이 계속 좋은 책을 골라주기도 하는데, 팔리는 책보다 ‘좋은 책’에 더 큰 비중을둔다. 덕분에 언젠가부터 책을 정말 좋아하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공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애정이 더 커지고 있다. 두 번째로는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는 ‘노말 사이클 코페’다. 카페라기보다 커피 작업소라는 말 이 더 어울리는데 10분을 있어도 공간과 커피 맛 이 주는 만족감이 엄청나다. 마지막은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남산.’

공간 디자인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 우리 집에 수납장이라곤 붙박이 3칸이 다인데, 끊임없이 버리고 안 사려고 노력한다. 요즘은 다들 냉장고도 두 개씩 들이더라. 옷방에 또 옷방이 필요하고….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테리어의 기본은 청소다. 기본적인 사항인데도 너무나 실천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더더욱.

앞으로의 계획 대중성의 수위 조절에 대해 고민하는 중인데, 좀 더 쉽고 편안하게 가보려고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방문했을 때도 편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14년 차에 접어드니 이런 고민을 해야 할 단계라고 느꼈다. 그걸 해봐야 우리가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상의 요구 내지는 언어를 적극 수용하고, 따뜻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완성도를 위해 외부의 요구나 언어를 적당히 수용했다면, 이제는 그 수위를 낮추고 포용력이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