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에서 나만의 강점으로 정확한 포지셔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팀원인 입사 동기가 일은 잘 못하는데 지루한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잘 띄우며 회식 요정으로 불려요. 이제는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죠. 이 동기를 보며 팀에서 대체 불가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from 최사원

이 과장 제가 참여하고 이끌던 스터디 모임에도 딱 이런 친구가 있어요. 정작 중요한 스터디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뒤풀이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이 스터디 모임을 이끌어가는 사람 입장에서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한번은 회사에서도 이러느냐고 물었더니, 일을 잘한다고 칭찬받은 적은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신입 사원 때부터 사장님하고 같이 운동을 편하게 다닐 정도로 격의 없는 사이라서 부서 윗사람들이 “네가 하면 사장님이 다 OK 하잖아” 하면서 결재를 많이 맡기는데, 이 일만 잘해도 윗사람들이 “이 친구는 꼭 필요한 인재야” 하며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회사에서 꼭 일을 잘하거나 많이 할 필요는 없구나 싶더라고요. 자기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 차장 저는 팀의 살림을 맡고 있어요. 내부 리포트 작성이나 보고같은 것 있잖아요. 그리고 회사의 내부 정보를 제가 가끔 알려주기도 해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아무개 직원은 최근 임신해서 추후 이럴 것 같다, 누구와 누구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 같은 자리에 부르면 안 된다. 말하자면 작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남들이 못 하는 것을하죠. 문 대리 저는 공대 출신이라 그런지 내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내가 이 팀 안에서 어떤 색깔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적이 없어요. 그런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막내일 때는어차피 막내 포지션이 있잖아요. 잡일을 하거나 맛집을 예약하는 등 그 직급에 맞는 포지션을 더 생각한 것 같아요. 이 과장 저는 프로 이직러답게 동종 업계의 타사에 아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이 인맥을 이용해 동종 업계 현황과 타사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해요. 이직을 자주 해서 좋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면접 볼 때도 이 부분을 실질적으로 어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윗사람들이 이직한 경력자에게 기대하는 부분도 이런 질문의 답변이에요. “타사에서는 어떻게 했니?” “타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니?” “이전 회사에서는 어떻게 했니?” 김 부장 사실 회사에서 사원, 대리급은 무슨 일을 하건 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리더급, 특히 임원이 되려면 포지셔닝을 확실히 해야 하죠. 저 역시 임원 승진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확장하고 견고히 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OOO의 대명사’로 포지셔닝했어요. 브레인?!(웃음) 예를 들면 저는 산업 트렌드 변화, 즉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해 분석해 보고하는 일을 도맡았는데, 나중에는 ‘DT 하면 김 부장’ 하고 다들 저를 찾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최 사원님처럼 회사에서 대체 불가한 인력이 되고 싶다면 이런 포지셔닝을 미리 고민하다 보면 남보다 반 발자국 앞서 나가는 조직 생활을 할 수 있겠죠.

2 중간관리자로서 현명하게 제 역할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올해 과장으로 승진하고 나니 팀장이 아랫사람을 관리하라고 합니다. 아마도 중간관리자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제게 권한은 크게 주어지지 않는데 무턱대고 관리하라니 책임만 커지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윗사람이 제게 중간관리자로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시키기도 힘들고, 아랫사람을 관리하며 싫은 소리,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아요. 중간관리자는 도대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요? from 처음처럼

이 과장 많은 중간관리자가 권한은 크게 없는데 책임만 커 힘들어합니다. 저도 막 중간관리자가 됐을 때 팀장이 조금 더 권한을 주면 아랫사람한테 업무를 지시하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년 차 중간관리자로서 이야기하자면 그 권한이나 역량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얼마 전 담당 임원과 면담하면서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니, 팀장한테 직접 말해본 적 있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윗사람이 알아서 권한을 주기만 기다렸구나 싶더군요. 그러니까 처음처럼님도 지금 팀장에게 한 번쯤 이렇게 어필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내게 더 많은 권한을 주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라고. 팀장도 혼자하기 버거우니 나눠서 하는 거죠. 문 대리 이 상황에서는 방금 이 과장님 말한 것처럼 상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동시에 아랫사람과도 조금 더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상사한테 굉장히 화가 난 경우는 상사가 아래 직원들 얘기를 전혀 듣지 않을 때였어요. 얘기를 조금만 들어주어도 달라지거든요. 그냥 나의 힘든 상황에 대해서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내가 다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버겁다는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후련해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더라고요. 사실 부서가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사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진 못했죠. 그래도 말하고 나니 추가로 생기는 잡일을 저에게 주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어요. 내가 말한 부분이 개선되거나 반영되지 않아도 상사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믿음이 생기고, 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져 상사를 조금 더 따르게 되었어요. 김 부장 중간관리자가 하는 말에 무게가 실리려면 그 상사가 조금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어요. 회사에서는 이런 걸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권한 위임’이에요. 그럼 어떤 방법으로 권한을 위임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중간관리자에게 어느 정도 평가 권한을 주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하면 아랫사람들이 중간관리자를 따르게 되죠. 하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평가 권한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아랫사람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요. 평가 권한은 갖되, 그것을 무기로 아랫사람을 협박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조직이 돌아가게 하려면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죠. 그래서 이런 것도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제안합니다. 이 과장 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내가 윗사람한테 신임받는 아랫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아랫사람한테 신뢰를 주는 상사가 될 것인지 하나만 확실히 정한 후 본인의 입장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 되요. 제가 경험한 힘들었던 상사들을 돌이켜보면 잘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강압적으로 변해버려 제가 어느 장단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거든요. 이렇게 하기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지만 다 가질 순 없으니 저는 꼰대임을 인정하면서 내가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스트레스가 줄었어요. 문 대리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이 과장님이 이야기한 건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양자택 일인 반면 저는 좋은 사람 되는 걸 포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다고 나쁜 사람이 되라는 건 아니에요. 대신 일이 잘되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하죠. 오로지 일을 우선순위로 해서 일이 되게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아랫사람도 덜 힘들어요. 오락가락하고, 자기가 했던 말 까먹고 다른 말 하고, 이런 경우가 사실 힘들거든요. 이렇게 하지 않는 것도 아랫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 중 하나예요. 김 부장 처음처럼님도 아마 단순히 중간관리자의 역할뿐 아니라 방향성이 헷갈려서 더욱 힘든 게 아닌가 싶네요. 두 분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방향성을 잘 정립하면 중간관리자로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일이 잘되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하죠. 오로지 일을 우선순위로 해서 일이 되게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아랫사람도 덜 힘들어요. -문대리-

3 요새 갑자기 내가 왜 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려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오히려 평소에 하던 운동과 독서 모임도 못 하니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럴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언니들도 일하는 이유와 그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지 궁금해요. from 샐러던트박

이 과장 저 역시 지금 샐러던트박님처럼 커리어 정체기를 겪고 있어요. 얼마전 업계 분들이랑 점심을 먹었는데 그 중 한 분이 책을 갖고 오신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본인의 업무를 주제로 실무 서적을 내셨더군요. 그분이 실무적으로 얼마나 뛰어난지잘 모르지만 자기 업무와 관련해 책을 냈다는 사실이 대단해 보였어요. 동시에 저보다 10년 정도 더 일하신 분인데 ‘내가 이 상태로 일을 10년 더 한다면 10년 후에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가 성과주의자고 결과주의 성향이 강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만, 20년이나 뭔가를 쏟아부은 결과가 아무것도 없다면 내 인생이 너무 서글플 것 같았어요. 이 과장 제게는 사실 ‘왜 일하는가’라는 말이 ‘왜 회사에 가서 일하는가’와 같은 말이거든요. 그렇다면 제가 회사에 가는 이유는 소위 ‘밥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밥벌이지만, 초창기에는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내가 지금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만족감으로 이어졌어요. 그러고 보니 자아실현의 도구인 것 같네요. 첫째가 밥벌이, 다음은 자아실현이고 그 다음은 놀 수는 없으니 하는 거죠. 김 부장 직장인 대부분이 그렇죠. 저는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요.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는 특정 회사와 그 회사의 주가가 내가 분석하고 예측한 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역시 내가 옳았어’ 하는 생각과 함께 드는 쾌감이 굉장히 좋았어요. 이런 감정들이 동기부여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요. 저는 인정 욕구가 굉장히 큰데 이 부분을 만족하면서 스스로 욕망의 전차로 쉼 없이 움직이게 만든 거죠. 문 대리 처음에는 ‘돈을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일하다 보니까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저는 건축 쪽 일을 하는데, 아무래도 전문성이 있으니 이런 부분이 잘 맞았어요. 아! 그리고 어릴 적 장래 희망을 쓸 때 항상 부모님이 전문직으로 하라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몰랐어요. 이제는 엄마가 제 성격을 잘 파악하고 이렇게 말씀하신 거구나 하고 이해하죠. 그리고 마틴 샐리그만의 심리학 책을 보면, 밥벌이를 위해 하는 일을 생업, 전문성을 발휘해서 인정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보람으로 느끼는 일을 전문직, 일하는 것 자체로 충족되고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천직이라고 해요.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해야 내가 만족감을 느낄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저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 전문가로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동시에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에요. 신 차장 제가 일하는 목표는 ‘심플 앤 이지(simple & easy)’ 방법으로 일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업종에서 20년 일했을 때 무엇이 돼 있을지 생각하는 대신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답게 심플하고 쉽게 끝낼 수 있을지에 몰두하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그래서 가끔 일이 해결돼야 하는 상황인데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아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결국 제가 생각했던 단순하고 쉬운 방향으로 일이 마무리되면 큰 쾌감을 느끼고 일이 재미있어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일의 의미예요. 김 부장 과거에 제가 한 애널리스트 업무가 좋았던 이유가 또 하나 있어요. 시간이 흐른 뒤 여러 다른 직업을 보면서 깨달은 건데 저는 무생물이랑 일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는 점이죠. 음, 뭐냐 하면 이런 거죠. 예를 들면 의사들은 맨날 환자에게 “여기 아파요, 선생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법조계에 있는 분은 범죄자를 만나며 “그래서 칼로 몇 번 찌른 거야?” 하는 식의 얘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무생물인 주식이랑 이야기하면 되니 얼마나 좋아요. 분석을 이야기로 빗대어 표현한 것 아시죠? 그래서 한 번은 저보다 열 살 많은 같은 일을 하는 분께 “상무님, 이 직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좋아져요. 병자나 범죄자랑 이야기하지 않고 무생물이랑 대화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부분이 특히 저랑 잘 맞습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본인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셨죠. 문 대리 저 역시 일하면서 번아웃을 겪을 만큼 힘든 적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늘 8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계속 일하는 것 자체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신 차장 공통점을 살펴보면 다들 각자 일하면서 느끼는 쾌감, 성취감, 인정 욕구 등의 감정이 참 다양하고 이 부분을 스스로 굉장히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샐러던트박님도 일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자기 감정을 만족시키는지 여유를 갖고 생각하다 보면 몰랐던 자신을 하나씩 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일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자기 감정을 만족시켜주었는지 여유를 갖고 생각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하나씩 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신차장-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업데이트 매주 목요일
금융, 투자, 건축 등 다양한 직군의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까지 5명의 여성 직장인이 모여 ‘직장 생활’을 키워드로 웃음과 눈물, 한숨을 떨어내는 범우주 직장인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언슬조)>. 사회생활에 정답이 있겠냐마는 다양한 직장 생활의 고민에 대해 경험과 연륜, 지혜와 해학을 모두 갖춘 5명의 직장 선배, 동료들이 맞춤 해답을 제시한다. 상담을 받고 싶다면 unsljo@gmail.com으로 보내주시길. 방송에 채택된 사연을 선별해 매달 <마리끌레르> 지면에 한 번 더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