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기다리는 셰어하우스
LOCALIFE

도쿄의 셰어하우스 로컬라이프(LocaLife)는 입주자와 여행자가 함께 지내는 곳이다.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현지인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여행자 네트워크인 카우치 서핑(www.couchsurfing.com)을 통해 여행자가 로컬라이프에 오게 되고 로컬라이프 입주자들이 호스트 역할을 한다. 입주자들이 게스트의 숙박 일정을 캘린더로 공유하는데 매달 다섯 팀 정도 머문다. 이 과정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인생의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곳. 컨셉트 셰어하우스의 기획과 운영을 맡는 회사인 콜리시(Colish)의 겐타로 대표는 단순히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집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생관을 바꿀 기회를 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 삶이 더욱 풍족하고 즐거워진다는 것이 겐타로의 생각이다. “삶의 방식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다. 일이나 학업은 어떻게 살고 싶으냐에 따라 선택하는데 집은 그렇지 않다. 보통 직장이나 학교에 맞춰 선택한다. 나는 집을 더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소가 무의미한 공간이 될지, 무언가 탄생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지는 생각의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 주제를 공유하며 보다 재미난 일을 벌이면 좋겠다. 그리고 로컬라이프가 그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겐타로) 로컬라이프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면 ‘요로시쿠(잘 부탁해) 파티’를 연다. 새로 온 입주자가 자신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인데, 이를 통해 서로 인생의 대해 알아가며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새 입주자가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밥을 지어 대접하는데 프레젠테이션의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며, 파워포인트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컬라이프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고 교류하며 새로운 선택을 위한 힘을 얻는다. 로컬라이프를 운영하는 겐타로와 입주자 메구미, 코타가 로컬라이프에서 사는 삶에 대해 들려주었다.

LOCALIFE
웹사이트 http://localife.strikingly.com/

로컬라이프는 다른 셰어하우스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겐타로 일본인뿐 아니라 일본을 찾은 여행자들이 함께 산다는 점이 다르다. 셰어하우스 내에는 거주자가 생활하는 개인 방과 게스트룸이 있는데, 게스트룸에는 카우치서핑이라는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신청한 여행자들이 무료로 숙박할 수 있다. 이때 거주자들이 여행자를 호스팅한다. 여행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숙박 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로컬라이프는 최대 6명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온루이스, 오스트리아에서 온 율리안 그리고 이 자리에 동석한 메구미가 같이 살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운영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 겐타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입주 신청을 받으면 이곳을 함께 설립한 유타가 직접 인터뷰를 한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질문을 주고받는다. 가끔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은 로컬라이프와 맞지 않는다. 이곳에서 영어는 소통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것을 배우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입주하길 바란다.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당신을 표현하는 키워드 3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행에 대한 질문을 하며 이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로컬라이프는 셰어하우스를 열기 전에 입주자를 먼저 모았다. 로컬라이프가 채 완성되기 전에 입주를 결정한 사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집을 고를 때 ‘어디에서 얼마에 살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로컬라이프는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

왜 로컬라이프를 선택했나? 메구미 도쿄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며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투어 가이드를 할 생각도 했는데, 여행자와 함께 사는 로컬라이프의 방식이 좋았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하우스메이트 중 한 명이 배를 깎아 줬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이곳에 살고 싶어졌다.(웃음) 배가 아주 맛있었다. 일본인들을 대할 때 가끔 벽이 느껴지는데, 그 친구는 그 벽을 쉽게 넘어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메구미 거실. 거실에서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 있으면 서로 대화를 할 때도 있고 대화가 전혀 없을 때도 있다. 자유롭다. 나고야에서도 셰어하우스에 산 적 있는데, 그곳 거실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장소만 공유하는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같이 사는 기분이 든다. 아주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겐타로 거실은 가구까지 신경 쓴 공간이다. 거실이 교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이닝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마주 보고 앉을 때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cm 정도 된다. 이보다 더 가까우면 피로감이 들고 오래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로컬라이프의 로고도 거실 공간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거실은 이곳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테이블도 사람들이 앉는 자리가 어느 한쪽에 몰리지 않도록 정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즐거움은 뭘까? 메구미 집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기분이다. 누군가 내가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느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서 와”라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늘 있다. 로컬라이프 입주자들은 이상하게 비슷하다. 코타 ‘다녀올게’, ‘어서 와’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냉장고가 너무 작다는 점? 냉장고 관리가 잘되지 않아 가끔 냉장고에서 형체가 변한 음식물이 나오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그렇게 더러워진 냉장고를 다 같이 청소하는 일도 즐겁다. 장소만 공유했다면 서로 다른 점이나 불편한 점이 스트레스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사소한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느끼는 감성이 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늘 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이다. 늘 같은 사람만 만나면 대화 내용도 천편일률적일 텐데 여행자들이 머물면 화제가 보다 풍부하다.

로컬라이프에서 보내는 평일과 주말의 일과가 궁금하다. 메구미 오후 8시쯤 돌아와 밥을 먹는다. 10시까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하우스메이트들과 목욕탕에 가기도 한다. 보통 밤 12시쯤 잔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쓰키지 시장에 가서 투어 가이드를 한다. 오후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거실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잔다. 나는 5년 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인 친구가 일본에 와서 이곳저곳 안내해줬는데 무척 즐거웠다. 그래서 주말에 투어 가이드를 하게 됐다.

자신의 방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은 뭔가? 메구미 기모노, 포르투갈 관련 책, 안경. 기모노는 이곳에 이사 온 후부터 모으고 있다. 나고야에 살 때 친구 어머니가 가끔씩 입혀주셨고 단골 바에서 기모노 를 입고 술을 즐기는 이벤트가 있어서 좋아하게 됐다. 도쿄에 이사 온 후 내가 산 기모노를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키지 시장에 갈 때 기모노를 입으면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이곳에 살며 배운 것이 있다면? 메구미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토록 좋은 관계를 맺게 될 줄 몰랐다. 함께 사는 사람 모두 내게 하우스메이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다. 함께 살기 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겐타로 이곳에 살며 결혼이나 동거로 이어진 커플이 꽤 많다. 아마도 로컬라이프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겐타로 로컬라이프가 이상적인 집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한 공간에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 모두 내게 없는 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언젠가 내 아이가 생긴다면 세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살면 좋겠다. 메구미 내게 집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고, 나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전에 살았던 나고야의 셰어하우스는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다. 공간을 공유하지만 독립적이었고 행동도 자유로웠다. 대신 서로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집에 오기를 기다려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집’처럼 느껴진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홈과 하우스의 차이가 아닐까. 나는 홈에 살고 싶다. 겐타로 깊이 공감 가는 말이다. 나도 홈을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이곳에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각자 이곳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얻으면 좋겠다.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리포트를 좋아한다. 75년 넘게 지속된,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연구다. 연구의 결론은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다.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결혼했는가가 아니라 타인과 얼마나 깊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이곳 로컬라이프가 사람들에게 그런 관계를 만들어주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