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캠핑 캠핑족

간단하고 간소하게
오진곤

“2012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벌써 8년이 되었어요. 캠핑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자연을 대하는 자세인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예전에는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산과들로 캠핑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담배를 끊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어요. 저도 자연도 다 같이 잘 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모난 성미를 가졌던 사람이 캠핑을 통해 조금 둥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

백패커 오진곤의 첫 캠핑은 8년 전 어느 봄날, 제주도에서 여자친구 함께한 자전거 여행이었다. 배낭 하나에 짐을 꾸리고 자전거로 제주도 곳곳을 누비면서 불편함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껴서일까. 그는 단번에 캠핑에 매료되었다. 그때부터 장비를 하나하나 모으고 시간이 날 때면 여행하듯 떠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캠핑을 즐기는 그가 요즘 빠져 있는 건 차박(차에서 자는 캠핑)과 브롬핑(브롬톤 자전거를 타면서 다니는 캠핑)이다.

“캠핑의 유형은 장소나 상황에 따라 달라져요. 대중교통에 브롬톤을 실어 다닐 때도 있고, 자동차에 간단한 짐만 꾸려 차박을 하기도 해요. 배낭 하나만 메고 떠날 때도 있고요. 어떻게 하든 저는 늘 작고 간단하게 짐을 꾸리는 편이에요. 배낭 안에 필요한 물건만 간단하게 챙겨서 다니는 게 좋거든요. 오토캠핑이나 루프톱 캠핑, 카라반같은 건 용품도 크고 준비할 게 많아 보여서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간소한 짐만큼이나 그가 캠핑에서 찾은 즐거움은 소박하다. 술과 바비큐를 즐기며 밤을 지새우는 사람과 달리 누룽지나 라면 같은 간소한 음식을 차려 먹고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일몰에서 밤이되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그의 방식. 유독 별이 많은 날이면 별과 불 켜진 텐트 사진을 찍는 것, 목적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주위를 둘러보다 노을을 감상하는 것,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 한 잔 등의 순간은 매번 귀찮고 힘들고 무겁지만 짐을 꾸려 집 밖을 나서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준다.

8년 차 캠퍼가 되면서 생긴 또 하나의 취향이 있다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보다 고요한 숲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사설 캠핑장보다는 자연휴양림의 야영장을 찾아가는 편이다. 용문산 자연휴양림과 강화도의 함허동천야영장을 제외하곤 주로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야영을 즐긴다고. “8년 전 자전거 캠핑을 같이했던 여자친구가 지금의 아내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둘이 함께 다니는 걸 우선으로 해요. 사실 혼자 가면 조금 무서워서요.(웃음) 장소에 상관없이 어딜 가든 즐겁지만 로망이라고 하면, 언젠가 둘이 아이슬란드에 가서 차를 빌려 여행하면서 캠핑을 해보는 거예요.”

아웃도어 생활에서 필요한 소품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직접 만든 것을 가지고 시간이 될 때마다 떠나는 오진곤이 가장 캠핑하고 싶은 날은 ‘매일’이다. 간단하게 꾸린 가방, 그리고 소울메이트 아내와 함께라면 언제 어디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그의 캠핑 라이프는 소박하지만 나름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속되는 중이다.

최애 캠핑 장비

사코슈 백
코너트립 제품으로 백패킹을 갈 때마다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가장 중요한 소품인 작은 가방. 작은 카메라와 지갑, 휴대전화, 립밤, 선글라스 등을 넣어 다닌다.

리액터
쌀쌀해지는 10월 중순부터 초봄까지 꼭 가지고 다니는 장비로 MSR의 제품. 물리 빨리 끓고, 생각보다 발열 기능이 좋아 가을, 겨울에는 난로로도 쓴다.

카메라
백패킹 자체가 여행이라는 생각을해서 다녀왔던 곳, 지나갔던 마을,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편이다. 찍은 사진은 매달 엽서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다.

CAMPING SPOT

남양주 팔현캠핑장

잘 갖춰진 캠핑장보다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잣나무 숲이 울창한 이곳은 낮과 밤의 풍경이 명확해서 종종 찾는다. 공기도 좋고, 진한 잣나무 향도 좋아서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