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열네 살 수레카가 자신의 첫 생리 기간 동안 격리된 고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수레카는 생애 처음으로 불결한 존재로 간주돼 7일 동안 이 작은 오두막에서 지내야 한다.
네팔 히말라야
카투만두 거리에서 현지 NGOX-포즈가 생리의 날을 기념하며 여성들에게 개인 위생 유지와 차우파디와의 싸움을 독려하는 자전거 타기 행사를 열고 있다. ‘월경은 나의 힘이며 나의 자랑이다’가 그들의 구호다.

“이런 일이 내 인생에 매달 한 번씩 일어난다니 믿을 수 없어요.” 열네 살 수레카(Surekha)는 아크참(Accham) 지역에 산다. 긴 까만 머리에 표정 없는 얼굴의 이 어린 소녀는 오직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 시련을 매달 겪어야 한다. 소녀는 7일 동안 더럽혀진 것으로 여겨지고, 누구와도 만날 수 없다. 마을의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생리하는 여성을 수용하기 위해 외진 곳에 지은 작은 오두막 ‘고스(Goth)’에 격리돼 지내야 한다. 전기와 난방 시설이 없는 좁고 추운 고스에는 침대 하나, 식기 몇 개만이 있을 뿐이다. 서너 명의 여성이 동시에 생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마을의 하나뿐인 고스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불결한 피

마을 바깥으로 쫓겨나 물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은 뱀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남성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한다. 때때로 혹독한 히말라야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오두막 안에서 불을 피우다 연기에 질식하기도 한다.

고립감과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지고, 육체적 고통이 가중돼 여성들은 몸이 약해지고 자존감마저 상실한다. 이는 네팔 전통문화가 생리를 불결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믿음은 현지의 치료사들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데, 그들은 생리를 앞세워 악령을 물리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여성들을 직접 학대하는 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사진작가 마리아 콘트레라스 코는 “가장 놀랐던 사실은 이 소녀들이 왜 이런 관습에 의문을 품지 못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그랬듯이 마을 사람들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따릅니다”라고 설명한다. 소녀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그들의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런 극도로 보수적인 생활 방식에 길든 소녀들은 자신이 겪는 신체 변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힌두교 전통을 존중하고 가족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밖에 나가지 마라. 이웃과 이야기하지 마라. 자기 음식 외에 어떤 음식도 건드리지 마라. 수백 년 동안 엄격한 관습을 강요해온 종교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소녀들은 신의 분노가 자신과 가족에게 덮칠 것을 두려워하며 그저 복종한다.

여성의 연대

최근 스마트폰 덕분에 대대로 이어온 이러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정보가 퍼지면서 젊은 세대는 성인으로 가는 이 고통스러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여성의 강요된 무지를 종식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리 위생 운동가 라다 파우델(Radha Paudel)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카트만두 계곡과 가까운 마을에서 그녀는 ‘생리의 날’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연다. 파우델은 소녀들에게 그들의 몸이 어떤 과정을 겪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가르치기 위해 칠판에 여성의 생식기를 그린다. 그녀는 10년 동안 외진 마을을 찾아다니며 모든 형태의 차우파디(생리하는 여성을 가족과 격리하는 관습)를 뿌리 뽑으려 노력하고 있다.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파우델은 말한다. “무서웠어요. 치트완(Chitwan) 근처 우리 마을에서 생리 중인 여자들은 마구간에서 잠을 자야 했거든요. 나는 거부했어요. 그리고 그날로 집에서 도망쳐야 했습니다.” 파우델은 간호사가 되었고, 현재는 네팔 전국을 다니며 여성들의 자주성을 키우기 위해 생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생리 중인 여성과 접촉한다고 사람이 죽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전파한다. 그가 주최하는 ‘생리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은 친구와 가족, 지역사회, 학교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떠나는데 이것은 마치 여성 사이의 연대 협정과도 같다.

네팔 히말라야
생리 위생 운동가 라다 파우델이 칠판에 여성의 생식기를 그리고 생리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한 파우델은 지난 10년 동안 네팔 전국을 다니며 여성들이 차우파디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생리는 모든 사람의 책임

카트만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열다섯 살 스와스티카 샤르마(Swostika Sharma)가 라다 파우델 재단(Radha Paudel Foundation)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샤르마는 ‘생리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포스터를 완성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한 조상 대대로 이어온 낙인을 떨쳐버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포용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존감을 얻었다고 한다. “나는 생리할 때 내 침대에서 잠을 자요!”라고 샤르마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내가 이제 생리할 때 싸우는 대상은 겪어야 할 신체적 고통뿐이에요.”

이제 여성들은 자신의 생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차우파디는 점점 모두의 일이 되고 있다. 2017년 격리된 여성들의 사망 사건 이후 언론 보도에 대응하던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할 수밖에 없었다. 법률 시행과 더불어 위생 캠페인과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 남성은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마리아 콘트레라스 코는 “내가 만난 모든 남성은 네팔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국가가 되길 바라며 응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최전선에 나선 네팔 젊은이들

2017년 5월 28일 카트만두 계곡에서는 생‘ 리 교육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주제로 제1회 생리의 날 행사가 열렸다. 여학생의 96%가 생리 기간 동안 학교에 출석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결석 문제 해결과 청결한 위생 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는 차우파디 관습과 싸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초대되었고, 그중에는 정치인, 사회운동가, LGBT(성 소수자) 커뮤니티 회원, 대중문화 예술인 등이 포함됐다. 그들은 모두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배우 마단 크리쉬나 슈레스타(Madan Krishna Shrestha)는 “생리 기간 동안 여성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우파디 관습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싸움은 여전히 격렬하고, 도시와 시골 지역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법률 제정과 별개로, 교육이 변화를 이끄는 유일하고 진정한 힘으로 보인다. 마단 크리쉬나 슈레스타는 지역 NGO인 X-포즈의 슬로건인 ‘월경은 나의 힘이며 나의 자랑이다’를 채택하고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2005년 네팔 대법원은 차우파디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그러나 차우파디는 그 이후로도 계속 성행했다.
2010년 네팔 복수 지표 집단(Multiple Indicator Cluster)의 조사에 따르면 15~49세 여성 중 19%가 차우파디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불과 10개월 동안 차우파디에 따르던 여자아이 3명이 헛간에서 사망했는데, 한 명은 뱀에 물리고, 한 명은 혹한의 겨울에 몸을 데우려고 불을 피우다 연기를 마셔 사망했다.
2017년 네팔 의회는 만장일치로 차우파디를 법으로 금지했다.
2018년 8월 이 법안은 여성에게 차우파디 관습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사람에게 3개월의 징역이나 벌금 3천루피(25달러) 또는 두 가지 처벌을 모두 내린다. 2016년에 설립된 라다 파우델 재단은 여성이 가난과 불법, 차별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www.radhapaudelfoundati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