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삼주 차, 싱글인 나는 결국 그동안 망설이던 데이팅앱을 깔아보았다. 다짜고짜 누드 사진을 보내라는 놈, 당장 만나자는 바보도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적당히 점잖으면서 종종 야시시한 대화를 흘리는 그와 연결되었다. 왕년에 취미로 야설을 쓰셨나, 그의 유려한 문장력은 매번 나를 흥분시킨다. 온라인으로 누굴 만나는 데 회의적이라 실제 그를 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그와 나눌 ‘터치’를 상상하면 또 몸이 달아오른다. 만날 수 없어 더 짜릿한 나의 섹스팅 파트너다.  피비(영국, 24)

상점이 문을 닫고 모든 집합은 두 명 이하로 극히 제한되었지만 다행히 외출은 자유로이 할 수 있기에 남자친구와 산책이나 집 데이트는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키스조차 참아왔다. 한 달 즈음 되었을 때 고비가 왔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만 또한 다짜고짜 달려들기가 꺼림칙하기도 했다. 우리의 결론은? 안전장치로 마스크를 쓰고, 마주보지 않게 섹스를 했다. 심히 유난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뭐, 특별한 상황엔 특수한 해결책이 필요한 법이니까. 슈테피(독일, 30)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자가격리에 지루해진 커플들 덕분에 코로나 베이비붐이 일 거라고 하는데, 슬프게도 신혼인 우리에겐 먼나라 얘기다. 나는 얼마 전 직장에서 임시 해고통보를 받았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시에서 내린 레스토랑 휴업명령으로 손님을 받을 수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생계를 위협받으니 스트레스가 심해 성욕 따위는 잃은 지 오래다. 2세 계획은 말할 것도 없다. 알리사(미국, 30)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이후로 우리는 평일 모닝 섹스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잠도 푹 잤고, 숙취도 없고, 말짱한 정신과 상쾌한 마음으로 커튼 사이사이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그와 사랑을 나누는 요즘은 인생에서 손꼽히는 건강한 순간이다. 긴 통근시간에 지쳐 평일에 잠자리를 하는 건 꿈도 못 꾸었고, 주말에는 대부분 놀러 나갔다가 거나하게 취한 채 돌아와 반쯤만 기억되는 섹스를 해 온 우리였다. 재택 근무 만세다. 엘리(미국, 33)

남자친구과 함께 살지만 그는 회사 내 헬스장을, 나는 집 근처 요가원을 다니기에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 사태로 도시가 완전히 봉쇄된 후 우리는 거실에서 함께 홈트를 하기 시작했다. 운동하며 솟은 엔돌핀 때문일까, 땀에서 나온 페로몬일까, 그저 서로의 섹시한 뒤태에 홀리는 걸까, 우리는 벌써 몇 번 홈트 직후에 약속이나 한 듯 격한 스킨십을 나눴다. 여러분, 홈트로 유혹하세요. 소피아(스페인,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