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삶을 파괴한다’는 자명한 사실은 수세기에 걸쳐 배우고 또 배워온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이를 멈출 방법은 요원하다. 비영리단체 아티클 36(Article 36)은 전쟁을 막을 불가항력의 힘을 기르는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무기에 의한 민간인과 환경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활동이 그 시작이다. 이들은 무력 분쟁의 충격을 줄이는 노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민간인이 무기에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막기 위한 새로운 정책과 법적 기준을 마련하도록 각국에 촉구하는 중이다. 특히 오랜 전쟁으로 큰 내상을 입은 이라크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있다. 포격과 공습, 지뢰가 쿠르디스탄 지역의 이라크인과 시리아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리고 막는 것이 왜 중요한지 말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거주 지역에서 폭발 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한다.

대인지뢰(인간을 살상할 목적으로 만든 지뢰)는 1997년 맺은 대인지뢰 금지협약에 따라 금지되었다. 하지만 8백만 개에 달하는 지뢰가 아직 이라크 땅에 활성화된 채 남아 있다. 아티클 36은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지뢰 자문단과 협력해 공습, 집속탄(무차별 살상 무기), 지뢰, 불발탄, 유독성 잔해(우라늄 무기, 화학약품, 폐기된 연료 및 폭발물)에 대해서 연구했다. 이들은 무력 분쟁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 표준이 없는 경우에는 환경문제가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그것이 민간인의 건강과 생계를 장기간 위협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정기적으로 무력 분쟁에서 민간인을 보호하는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을 열고, UN 사무총장이 민간인 보호에 대한 보고서를 매년 발행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아티클 36의 의견이다. 이들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명확한 국제 표준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쿠르드 자치주 아메디(Amedi) 마을을 둘러싼 언덕길을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에르빌(Erbil)과 샤클라와(Shaqlawa) 지역을 잇는 18번 고속도로.

아티클 36의 활동은 어떻게 촉발되었나?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격과 그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멈추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발 무기를 사용하고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국제폭발무기네트워크(INEW) 같은 단체들이 긴급히 국제적인 행동에 나섰고 우리 역시 그중 하나다.

아티클 36의 활동 중 대부분은 거주 지역에서 폭발 무기 사용으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를 알리고 보호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ISIS 같은 비국가 단체의 파괴 활동이나 고의로 민간인을 노린 사건에만 관심이 쏟아지고, 그로 인해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상황이다.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다. 그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공습이나 지뢰 폭발로 고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시리아 남부 알레포(Aleppo)에 살던 수리야(Suriya)는 공습과 박격포, 대포 공격을 견디다 못해 피란을 떠났다. 수리야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폭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 수리야의 자매들 중 둘은 7년 전 터키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북부에 사는 레시드(Reshid, 피해가 두려워 가명을 쓰고 있다)는 집에 있다가 공습을 당하는 바람에 같이 지내던 두 사람은 죽고, 그는 뇌 손상을 입었다. 자주 의식을 잃고 난폭해졌지만, 도저히 뇌 혈류를 개선하는 수술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시리아 북부로 피란을 갔지만 공습이 거기까지 닥치는 바람에 그곳마저 떠나 이라크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시리아에 안전한 지역은 이제 없는 걸까? 미리 말하지만 없다. 라스알아인(Ras al-Ayn)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터키의 공습과 부차적인 박격포 및 대포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났다. 심지어 몇몇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이를 놓고 도망쳤다가 다시 찾으러 왔고, 아이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제 부모조차 못 알아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비행기 소리만 나도 공습인 줄 알고 숨기 바쁘다. 여성들에게는 속옷과 위생용품이 없고, 아기들에게는 기저귀가 없다. 아미나(Ameena)는 피란을 떠난 이후 쌍둥이를 유산했고, 아직까지도 고통과 출혈에 시달리고 있다. 피란 중 한밤중에만 이동한 데다 2주가량 길거리에서 숨어 잘 수밖에 없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들은 민간인 피해 사례를 모두 얘기하려면 며칠 밤을 새워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폭발성 무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피해의 영역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전투용으로 개발한 폭발성 무기(특히 항공용 중폭탄이나 다중 배럴 로켓 발사기 등을 통한 폭격)를 활용해 민간인 밀집 구역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폭발성 무기를 도시에서사용하면 90% 이상의 사상자가 민간인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매년 수만 명의 성인 남녀와 아동들이 살던 동네에서 폭발성 무기 때문에 죽거나 다치거나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무기로 인한 파괴와 절망은 폭격 자체로 인한 인명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무력 분쟁이 끝나도 도시에 필수적인 전력과 수도, 위생 관련 인프라가 파괴되고, 건강보험이나 교육 같은 필수적인 시스템 또한 중단된다. 학교와 병원도 피해를 입거나 파
괴되며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나아가 불발탄으로 오염된 지역의 땅은 지극히 위험해져 아무도 살 수 없게 된다.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 매장된 폭발 무기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이라크는 지뢰 피해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로, 최소 5백 제곱킬로미터 이상이 위험 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1980년대에 일어난 이란이라크 전쟁, 두 차례에 걸친 걸프전, 사담 후세인 정권의 쿠르드족 탄압, 최근 ISIS에 의한 사제 지뢰 매설, 그리고 2003년 미국 주도로 일어난 이라크전 등으로 이라크는 오늘날까지도 엄청난 양의 지뢰 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이로 인해 일상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뢰 문제가 워낙 오랫동안 지속된 나머지 유명한 지뢰밭 근처 동네에서는 지뢰밭 관련 정보를 대대로 물려줄 정도다. 이라크에는 현재 2천만 개 이상의 지뢰가묻혀 있으며, 일부는 이슬람 무장 단체 조직원들이 매설했지만 대부분은 1980년대에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묻은 것들이다.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지뢰자문그룹(MAG)이 아티클 36과 함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십 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있나? 이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마음껏 걸을 자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에게 주위의 거리는 온통 지뢰투성이다. 웅장하고 멋지게 뻗은 산자락에서도 지표 아래 아직 터지지 않은 지뢰가 있을 수 있다. 가축을 몰고 들로 나가는 목동들이 가장 위험하지만, 최근에는 길가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 역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주 초만(Choman) 지역에서 쿠르드족 군인 한 명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자유롭게 걷는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해요. 제 취미는 자연을 즐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재 정권하에서 전쟁을 치를 땐 고통 속에 사느라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없었어요. 우리 앞에 보이는 이 산꼭대기엔 한때 이라크 군부대가 있었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걸으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습니다. 보다시피 지금은 해방되었습니다. 산도 해방되었어요. 우리의 피를 바쳐 자유를 얻은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이렇게 다시 걷는 즐거움을 얻었어요.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건 천국에 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아티클 36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무기의 개발과 위력, 사용을 통제하고 철저히 조사해 민간인을 최대한 보호하고 무기 사용자들이 응당한 책임을 지는 세계가 되길 바란다. 또 이러한 조건이 강력한 규범으로 보장받는 세계를 꿈꾼다. 이를 위해 무기의 개발과 사용을 강력히 통제하고,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 수단으로서 폭력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무기의 폐해를 철저하게 공개적으로 감시하고, 이 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실천 방안과 정책 및 법적 통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민 사회, 정부와 손잡고 이미 존재하거나 새로 개발된 무기로 인해 민간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과 법리적 기준을 만들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무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
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