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사진
럭키 몬스터의 트램펄린 장면
봉준영 감독
영화 럭키 몬스터의 봉준영 감독

 

봉준영 감독 인터뷰

빌린 돈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이 때문에 부인과는 위장 이혼을 한 도맹수(김도윤). 빚더미에 허덕이던 그의 삶은 ‘DJ 럭키 몬스터’의 환청이 알려준 번호로 50억 로또에 당첨되며 전환점을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당첨금으로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서고 그 길에는 환청이 늘 함께 한다. 초록의 트램펄린을 무표정한 모습으로 뛰어 오르고, 그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용각산이 흩날리는 영화의 오프닝은 이질적인 것의 조합이 만들어낸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다.

아이러니한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제목입니다. ‘럭키 몬스터’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를 포함한 창작의 핵심은 재조합입니다. 이질적인 것들을 결합해 색다른 이야기와 감정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럭키 몬스터>란 제목도 이런 맥락 아래 있습니다. 길을 가다 어울리지 않는 커플을 보게 되면, 우리는 상상하게 됩니다. ‘저 커플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저 둘은 어떤 면 때문에 만나게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럭키 몬스터>란 제목을 들었을 때, 관객들이 잠깐 멈춰서 상상하기를 바랐습니다. ‘도대체 행운과 괴물이 무슨 상관인 것인가?’

<럭키 몬스터> 이전에 연출한 단편 영화 <헤르츠>에서도 환청이라는 소재가 등장했습니다. 환청이라는 소재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사람의 내면 세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환청은 자기만 듣고, 다른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소리이기 때문에 내밀한 심리와 결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청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꺼려지는 심리적 민낯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사운드 자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소리가 관객에게 주는 임팩트는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안톤 쉬거가 내려 놓은 과자 껍질 펴지는 소리처럼요.

트램펄린과 용각산을 활용한 첫 장면은 소박하고 초라한 아이템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무엇으로부터 시작했나요?

주인공 도맹수는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트램펄린이 등장합니다. 초반 도맹수는 약육강식 세계 속 초식동물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트램펄린 색은 너른 초원처럼 녹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맹수는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야매 치료법’이 바로 용각산입니다. 이렇게 첫 장면에서 캐릭터에 관한 설정을 한데 모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 도맹수가 머리부터 아크로바틱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흰 용각산 가루가 흩날리는 민폐적 상황이 슬프면서도 몽환적으로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완성해 나가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무엇인가요?

도맹수 캐릭터의 변화입니다. 도맹수란 인물의 변화가 설득력이 있으면서 왠지 모르게 불편하기도 해서, 관객들께서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기를 바랐습니다.

나약한 주인공은 다양한 몬스터들을 만나며 자신 역시 몬스터가 되어갑니다. 주인공은 왜 선한 선택 대신 악한 결정을 하게 되는 걸까요?

위기 상황에서 선한 선택을 고수하려면 정신적으로 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맹수는 괴물이 되어 스스로 강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악한 결정을 물리치지 못하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입니다. 도맹수의 변해버린 모습에서 씁쓸함과 슬픔이 느껴졌으면 합니다.

영화는 잔인한 와중에 코믹함을 잃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소재들도 기이하게 느껴지고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은 의도한 것인가요?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은 영화 전체 컨셉트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것들이 다른 상황에 놓여 있게 되면, 유머도 발생하지만 공포도 발생합니다. 관객들이 하나의 장면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소재와 주제, 표현의 폭이 넓은 독립영화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다다익선. 소재와 주제가 다양해지고 표현의 폭이 넓어진다면, 독립영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관객분들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호불호를 넘어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