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온라인연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버디버디 싸이월드

 

SNS 온라인연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버디버디 싸이월드

둘만의 해시태그

나와 내 연인은 인스타그램 활동을 열심히 해 각자 수천 명의 팔로어가 있다.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서로를 태그한 사진을 업로드하며 열애 사실을 숨김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평소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게시물을 올리다 보니 우리 사진만 모아 보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둘만의 해시태그를 사용하자고 약속했다. 상대방을 부르는 애칭을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든 후,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글 마지막에 넣었다. 해시태그를 검색했을 때 우리 사진을 인기순이나 최신순으로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러다가 얼마 전 크게 싸운 후 갑작스레 헤어졌는데, 내 피드에 그와 함께한 사진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지 막막했다. 한편 우리가 이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팔로어들은 우리가 쓰던 해시태그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창 연애 중일 때 찍은 사진에 ‘부러워요’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M(27세, 마케터)

인스타그램을 위한 연애

우리는 3개월째 만나고 있지만, 각자 인스타그램에 데이트 중인 사진을 올리진 않는다. 둘이서 같이 운영하는 부계정이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 계정은 아니지만,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아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늘어가는 게시물을 확인할 때마다 뿌듯했고, 사진에 설정해둔 ‘위치 태그’를 통해 찾아왔는지 팔로어도 점점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그의 데이트 목적이 ‘인스타그램 업로드’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십 분 동안 휴대폰 카메라를 켜 들고 있는 건 기본이고, 장소가 사진을 올릴 만큼 예쁘지 않으면 “오늘은 올리지 말자”고 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용도로 만든 계정인데, 점점 피드 관리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우리 그냥 인스타그램 없이 연애하면 안 될까? A(26세,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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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학교 새내기 때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다. 그와 연애를 시작한 직후, 페이스북에 공개한 내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연애 상태를 ‘연애 중’으로 설정하고, 그의 이름과 사귀기 시작한 날짜까지 적어놓았다. 뉴스 피드에서 그 소식을 본 동기들은 하나둘씩 ‘좋아요’를 눌렀고, 내 친구들뿐 아니라 그의 지인들도 찾아와 댓글을 남겼다. 물론 처음에는 마냥 좋았고, 내 타임라인에서 우리의 추억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연애는 반년 만에 끝나버렸고, 나는 공들여 올렸던 게시물들을 전부 비공개로 설정한 후 연애 상태를 다시 ‘싱글’로 바꿔놓으려고 했다. 그제야 우리 관계를 공공연히 드러낸 게 후회됐다. 가끔씩 페이스북 앱에서 ‘과거의 오늘을 확인하세요’라는 알람을 보내는데, 그 게시물이 우리의 사진일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J(29세, 공무원)

추억이 담긴 ‘페메’

지인 모임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페이스북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고, 학교와 거주지 등 여러 정보가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 요청을 했더니 다행히 그가 바로 수락했다. 그의 타임라인에 어떤 글과 사진이 있는지, 무슨 정보를 주로 공유해두는지 살펴보니 평소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접속 중일 땐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귀여운 이모티콘이나 ‘움짤’을 보내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간 덕분에 그 또한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했다.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문자보다 ‘페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꽤 오랜 기간 만난 후 이별을 맞았을 때, 우리가 나눈 메시지만큼은 미련 없이 삭제할 수 없었다. 끝내 지우지 못하고 ‘숨기기’ 기능으로 몰래 보관해두었다. 언젠가 그와 쌓은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꺼내 볼 참이다. Y(25세,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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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없는 쪽지

어릴 때 컴퓨터를 켜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었다. 버디버디에 로그인해 그가 접속 중인지 확인하는 것. 짝사랑 상대였던 그와 서로 친구로 등록한 이후에 생긴 습관이었다. 그에게 연락하고 싶어 모든 친구에게 ‘전체 쪽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종종 그가 답장을 보내면 뛸 듯이 기뻤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 안팎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곧 사귀게 되었다. 연인이 된 후 그에게 보내는 쪽지 개수는 몇 배로 늘었다. 그가 나만큼 ‘버디버디 중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그는 내 쪽지 공세에 점점 지쳐갔고, 그의 ‘비접속’ 표시는 나는 불안하게 만들었다.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때도 한동안 그의 이름을 친구 목록에서 지울 수 없었다. 기다림 끝에 그가 접속했을 때 쪽지를 보낸 적도 있지만, 더 이상 ‘답쪽’은 없었다. L(33세, 공무원)

버디버디 채팅방에서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곳은 버디버디 채팅방이었다. 우리 집 근처에 거주 중이고 연령대도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다 같이 대화를 나누다가 일대일로 쪽지도 주고받기도 했다. 물론 그의 얼굴이 아닌 ‘아바타’만 볼 수 있었지만, 온라인으로 마음이 이끌리는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그가 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상태 이모티콘을 ‘외로움’이나 ‘애정 결핍’으로 설정해놓기도 했다. 이 전략이 통했는지 머지않아 그와 ‘온라인 연애’를 할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그가 직접 만나기는 싫다고 단호하게 말한 때부터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카메라와 마이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화상 채팅을 거부하는 모습이 수상하게 느껴지긴 했다. 아직까지도 그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단서는 온갖 이모티콘이 조합되어 있던 그의 아이디뿐이다. S(35세,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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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미니홈피

학창 시절에 만난 그와 나의 연애는 같은 반 친구들은 물론 전교생에게 널리 알려졌다. 한창 유행하던 싸이월드에서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한껏 드러냈기 때문. 일촌명을 ‘내 사랑’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매일 서로의 미니홈피를 찾아가 일촌평을 남기며 애정을 과시했다. 사진첩은 데이트할 때 찍은 커플 셀피로 가득했고, 도토리를 아낌없이 쓰며 미니미 둘이 같이 있는 미니룸도 예쁘게 꾸며놓았다. 그 때문인지 그와 헤어진 다음 날 미니홈피를 정리하려니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요즘 많은 사람이 당시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던 노래들을 찾아 들으며 추억에 잠기던데, 우리가 같이 골라 설정해놓았던 사랑 노래가 들릴 때마다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이젠 성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옛 연인이 가끔 보고 싶긴 하다. K(32세, 회사원)

‘우리 다이어리’의 결말

연인이 되기 전, 우리는 지인을 통해 얼굴만 익힌 사이일 뿐이었다. 내가 ‘일촌 파도타기’를 하다가 그의 미니홈피를 발견한 것이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일촌이 된 우리는 온라인상으로 쪽지를 몇 번 주고받다가 실제로 만났고, 자연스레 연애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그가 연애 기록을 좀 더 솔직하게 남기고 싶다며 이런 제안을 했다. “싸이월드에 ‘우리 다이어리’ 써보는 건 어때?” 그 이후 미니홈피에 둘만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각자 하루에 서너 개씩 새 글을 남길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점차 빈도가 줄어들더니, 그가 다이어리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읽음’ 표시가 떴는데도 며칠째 아무 소식을 전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사랑이 식어가는 게 느껴져 나는 홧김에 다이어리를 삭제해버렸다. 머지않아 맞이한 이별은 당연한 결과 아니었을까? P(29세,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