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나 히론 언리미티 드 유스 프로젝트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청춘들의 뜨거운 도전이 펼쳐질 때, 스페인 사진가 수사나 히론은 선수들의 말과 행동에 담긴 감정을 주목했다. 2015년부터 노년의 육상 선수들을 촬영하는 프로젝트 ‘언리미티드 유스(Unlimited Youth)’를 진행 중인 그는 스포츠에 녹아 있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발견했다.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은 스포츠라는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 정신은 나이 들수록 영글어간다는 사실을 그의 사진이 증명한다.

 

수사나 히론 언리미티 드 유스 프로젝트

얼마 전 2020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선수를 촬영하는 프로젝트 ‘언리미티드 유스’를 진행 중인 만큼 경기를 지켜보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올림픽 경기 시청을 즐기는 편이다. 올해 도쿄에서 열린 경기들도 실시간으로 많이 시청했다.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희생을 떠올리며 사소한 차이가 이들의 기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했다. 올림픽 경기를 볼 때 가장 눈여겨보는 건 선수들의 반응이다. 이기거나 졌을 때,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선수에게 응축되어 있던 에너지가 감정으로 표출되는 순간은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기회가 아닌가. 그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언리미티드 유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세계 마스터스 육상 대회와 관련한 온라인 기사를 접하며 노년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매년 수천 명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35세 이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고, 1백 세 넘은 노장들도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스페인 마스터스육상연맹에 연락해 60대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 선수 테레사 리라스(teresa liras)와 80대 달리기 선수 마누엘 알론소(manuel alonso)가 훈련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 ‘언리미티드 유스’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후 여러 육상 대회를 찾아가 세계 곳곳의 노년 선수들을 만나며 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탓에 지난해부터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했지만, 조만간 다시 촬영을 이어갈 생각이다.

노년 선수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뭔가? 노년 선수들은 과거에 비해 기력이 좋지 않을 텐데도 강인함과 경쟁심,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우리 모두에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의무와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전 의식과 목표가 없다면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건 나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의미를 담아 프로젝트의 제목을 ‘언리미티드 유스’라고 지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선수 중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앞서 언급한 테레사 리라스 선수를 잊을 수 없다. 그는 65세 때 림프종으로 투병하다가 완쾌한 후, 2016년에 열린 유러피언 마스터스 육상 대회 참가를 위해 맹훈련 중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몇 주 앞둔 어느 날, 갑작스레 유방암 수술을 받아 오른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준비하던 대회에 나갈 수 없었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항암 치료를 받기 전,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드리드에서 열린 지역 대회의 포환던지기 종목에 출전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극적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박수를 보냈고, 함께 경쟁한 선수들도 그를 얼싸안으며 축하해주었다.

노년 선수들을 촬영하며 이들에게 젊은 선수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나? 모든 선수는 치열한 경쟁의 승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순위나 기록은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다. 승리할 가망이 없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값진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 없는 80~90대 선수들은 도전 자체를 즐기고, 같은 목표를 가진 전 세계 선수들과 친구가 된다. 경기를 일종의 게임처럼 여긴다는 것이 노년 선수들이 지닌 차이점이다.

노년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이와 신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을 듯하다. 운동선수의 몸에 집중하다 보면 아름다움과 힘이 느껴지는 동시에 인체는 보기보다 강인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겪은 일들은 결국 몸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 증거가 된다. 상처와 주름은 개인의 경험이 쌓인 기록이고, 그 기록이 모여 있는 몸은 마치 한 권의 책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수사나 히론 언리미티 드 유스 프로젝트

 

프로젝트에 함께한 노년 선수들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노트에 적어줬다고 들었다. 그중 한 가지만 소개해주기 바란다. 2018년 당시 1백2세였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히우세페 오타비아니(giuseppe ottaviani) 선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스포츠를 직접 만들어가라. 스포츠는 행복이다.”

‘젊음’을 정의한다면? 꿈꾸기를 멈추지 않으며 배우려는 태도와 호기심을 갖고, 작은 일에도 열정적으로 임하는 능력.

‘언리미티드 유스’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나? 스포츠를 뛰어넘는 어떠한 진리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단지 나이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달리고, 멀리 뛰고, 높이 뛰는 선수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의지와 열정이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노년 선수들이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