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슬박

네모난 도시락에 한자로 쌀 미 자를 형상화한 간판처럼 이곳의 주인공은 좋은 쌀로 갓 지어낸 밥이다. 공간에 큰 다발로 묶인 볏짚이 장식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데 오늘은 어떤 쌀이 사용되었는지 메뉴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통점은 도정 한지 15일 미만의 단일미, 특 또는 상 품종의 쌀을 사용한다는 것. 30분 마다 새로 짓는 밥에서 달콤한 향이 밀려온다. 점심에는 국과 구이, 찜, 조림, 채소, 절임류의 반찬이 두루 차려지는 반상 메뉴가 있고 저녁에는 술 한 잔이 생각나는 일품 요리가 주 메뉴다. 성게, 연어알, 관자 세비체, 참치뱃살, 전복, 감태 등을 두둑하게 올려내는 ‘바다담다’ 요리는 일식의 지라시스시 같이 밥을 곁들여 먹게 되어 있는데 따뜻한 밥 한 술과 해산물의 단맛이 조화롭다. 소고기 떡갈비에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달걀노른자를 올려내는 ‘떡갈비’는 ‘도슬박’ 스타일의 술안주. 한우육전이나 항정살튀김강정 등 쌉싸래한 전통주가 생각나는 요리들도 여럿이라 술자리를 이어가기 좋겠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5-3 1층
인스타그램 @doseulbak

 

만학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밥맛은 달라진다. 2~3인분의 밥을 짓기 적당한 크기의 솥은 불의 세기를 잘 조절하기만 하면 다양한 재료의 풍미까지 밥에 함께 녹여낼 수 있는 도구. 성수동에 문을 연 ‘만학’에 가면 새우 버터, 차돌박이 마늘, 전복 버섯, 도미 등의 재료를 넣고 지어낸 솥밥 정식을 맛볼 수 있다. 주 요리를 인원수 대로 주문 후 2인 이상은 한 가지, 4인 이상은 2가지 솥밥 요리를 선택하면 된다. 기본 상차림인 세 가지 반찬과 미역국 외에 주 요리인 소 갈빗살 양념구이, 제주식 돔베고기, 항정살구이와 꽈리고추, 숙성 연어 회 등의 간간한 요리와 고소한 밥 한 숟갈을 함께 먹다 보면 솥 하나가 금세 비워진다. 뜨거웠던 솥에 눌어 붙은 누룽지까지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간단히 술을 곁들이고 싶다면 고흥유자주, 서울의 밤 같은 전통주와 석류 하이볼인 ‘만학밤’ 등을 주문해 볼 것.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술이 밥과 반찬을 부른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26-24 1층
인스타그램 @manhak_official

 

주인장이 어릴 적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주셨던 맛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묵은지말이 김밥으로 유명한 곳. 따뜻하게 지은 밥에 짭짤하고 새콤한 묵은지를 말아 둔 것이 전부인데 맛있다. 방송에 묵은지말이 김밥 달인으로 소개되었을 정도이니 비결도 있다. 해남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참기름 두른 쌀뜨물로 씻고 말린 토란대, 무청, 쌀, 톳 등을 삶은 물에 한 번 더 씻어내는 것. 여러 가지 재료의 감칠맛을 입은 묵은지가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김밥 외에도 ‘오늘의 난’이라는 메뉴가 있어 매일 바뀌는 가정식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 소불고기덮밥, 수육과 양배추쌈, 돼지김치찜 때로는 간장게장까지 손맛 좋고 부지런한 엄마의 솜씨가 발휘된 요리에 밥과 국, 각종 채소와 절임, 전 등의 반찬이 부족함 없이 차려진다. 밤에는 ‘심야의 난’이라는 메뉴가 등장하는데 돼지 바비큐 쌈처럼 보다 풍성한 안주 요리가 차려져 소주와 맥주 뿐인 주류 메뉴의 빈틈을 채운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3길 22 지층
인스타그램 @nan_hap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