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 갑자기 부모님이 편찮아지셔서, 갑자기 제 삶이 제 삶만이 아닌 게 되었어요. 저는 형제 자매도 있지만 부모님과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제가 도맡아 챙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다면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왔고, 부모님을 예전보다 자주 만나 함께하게 되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70대인 부모님이 앞으로 더 늙고 쇠약해지는 것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것 같아 슬프기도 합니다. 이제는 작은 일에도 제가 대신 해결하기를 바라는 부모님 때문에, 결국 부모님 가까이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고도 심란한 마음이네요.

무언가 확실한 답변을 바라고 질문을 하신 것 같진 않지만, 제 위로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사람들은 계속 잊어버리고, 또 깨닫고, 잊어버리고 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그 과정에 꽤 많은 굴곡이 있으며 기쁨 만큼 어려움도 크다는 걸요. 누구나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건강의 중요함을 생각하게 되고, 가족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가족의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잖아요. 부모가 나이가 들수록 자식에게 점점 더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건 사실 정해진 일일텐데,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는 마음. 누구나 마찬가지 일 거에요. 아무리 마음속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래도 현재에 화내거나 절망하지 않고 담담하고 뿌듯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더 응원하고 싶어요. 원래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누구에게도 힘들다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사람들이 더 힘든 것 같거든요.

불편하거나 힘든 감정이 나에게 왔을 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얘기해보는 연습 (이게 중요합니다! 바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으니까요)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화나 짜증은 섞지 않고 담담히 내 기분의 상태만 얘기해 보는 거예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니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 ‘아빠 집까지 오는 건 좋지만 매일 오는건 좀 피곤해.’ 이런 식으로요.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을 계속 감출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마음은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일이 기폭제가 되어 팡! 하고 터져버리잖아요. 그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모진 말을 쏟아내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감정이 폭발하는게 듣는 사람에게도, 하는 사람에게도 더 좋지 않다고 해요.

제 주변에 아픈 부모님을 케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곤 하더군요. 혼자 먹지도, 걷지도, 잠들지도 못하던 아기였을 때 받았던 사랑을 지금에서야 돌려주고 있다고요. 그리고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요. 나중에 두고두고 떠올릴 행복한 시간 많이 만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가진 모든 따뜻한 기운을 글쓴이분에게 보내 봅니다.

Q. 회사 동료들의 대화에 끼지 못해 어색해요. 점심시간이나 티타임 때, 회사 내 소문들 얘기를 하다가 결국에는 TV 드라마 얘기, 연예인 얘기로 얘기가 귀결되는데 저는 집에 TV도 없고 드라마에 딱히 관심도 없어서 할 말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말이 없고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를 잘 못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친구들 만나면 얘기도 잘 하는데, 회사에만 오면 쭈뼛쭈뼛하는 내향인이 되는 기분이네요. 일년 넘게 점심시간이 불편하니 제가 직장생활에 과연 잘 맞는건지 걱정이 되어요.앞으로 직장생활도 쭉 이러면 어쩌죠?

이야기도 잘 통하고, 취향도 비슷한 그런 회사 메이트가 있다면 회사 가는 것도 즐겁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기도 좋을 텐데요. 누구나 그런 짝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저는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아주 규모가 작은 회사에 나홀로 입사를 했던 터라 다른 친구들이 ‘입사 동기’ 얘기를 할 때마다 너무 부러웠어요. 매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이야기 통하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얼마나 든든해요. 그런데  ‘입사동기’들은 취향이 다르더라도 신입 사원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다보니 더 돈독해 지는 것 같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부러워요.

관심 없는 화제에 대해서 억지로 관심을 갖기도 힘든 일이고, 그렇다고 회사 동료들이 모였을 때마다 자리를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최소한으로 사회 생활 하는 시간을 갖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며 편안하게 보내시길 추천합니다. 사회 생활이란게 극단적이기 힘드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옛날처럼 팀이 모두 같이 한 밥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 하거나 팀장님을 꼭 챙겨야 하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각자의 사생활의 영역과 시간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어 내향인들에게도, 외향인들에게도 참 다행입니다. 동료들과 어울리는게 힘이 들어 직장 생활이 맞는지 아닌지 고민하기에는 조금 이를 것 같아요. 하는 업무에 따라,만나는 사람에 따라,  또 새로운 사람의 등장에 따라 회사 내 인간관계도 조금씩 변해가더군요. 너무 늦지 않은 시일 내에 서로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한 그런 회사 메이트를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더없이 회사에 가는 게 즐거운 날이 곧 오기를 응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