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 whoosh와 나눈 주말 이야기.

 

평소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솔직히 멋있게 짜인 데일리 루틴은 없습니다. 매일매일 불규칙하지만 규칙적일 수 있도록 작업하려 해요. 그때그때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제가 정해놓은 우선순위에 따라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움직이되, 그 안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패턴을 잃지 않게 노력합니다.

하루에 1시간 미만으로 작업하는 날도 있는 반면에, 18시간을 작업만 하는 날도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불규칙함이 저에겐 시간적인, 공간적인 자유를 주어 오히려 큰 원동력이 돼요.

아이러니하지만, 그 자유 뒤엔 더 섬세한 절제와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요. 그걸 스스로 느끼는 게 좋아요.

일을 하지 않는 휴일의 루틴은 어떠한가요? 휴일과 평일을 구분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요?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고, 작업을 할 때도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이나 비전을 그리려 하다 보니 쉴 때는 반대로 생각들을 최대한 비우려고 노력해요.

많은 휴일의 루틴 중 하나는 재즈 음악이나 자주 보는 브이로그 혹은 코미디 미국 드라마를 틀어놓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에요. 틀어놓고 일일이 집중하진 않지만 그 다양한 소리들과 무드들이 제게 묘한 마음의 안정을 줘요. 거기에 치킨과 맥주를 더하면 환상적이죠.

아마 저를 포함한 많은 프로듀서들이 평일과 주말의 구분보단 본인의 마인드 셋과 페이스에 따라 움직일 것 같은데,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어요. 저도 경험이 아예 없었을 때는 이 점이 굉장히 힘들었죠.

지금은 ‘항상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를 인지하고, 제가 방전이 안되고 더 천천히 오래갈 수 있게, 스스로 그리고 남들과의 선을 지키며 알아서 잘 멈추며 짧고 긴 휴식을 취해주자는 게 저의 가치관입니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주로 하셨나요? 작업을 위해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것들이 있나요?

얼마전에 나온 DeVita (드비타) 의 EP <American Gothic> 의  <Cheese In The Trap (feat. 박재범)>이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해서 뿌듯한 작업이었어요.

프로듀싱부터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까지 총괄 참여한 slchld (서울차일드)의 EP <blood lotus diary>도 최근에 발매 되었어요. 많이 들어주시고, 앞으로 나올 곡들도 기대해주세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걸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든 생각들 또는 봤던 순간들이 모여, 후에 영감을 받고 작업할 때가 많아요. 거창하게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멋진 장면들은 아니지만요. 평소 머릿속에 있는 것들과 함께 ‘끼워 맞추는 센스’가 중요하답니다. (웃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요? 주말에 듣기 좋을만한 곡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지금 순간 곡을 고르자면, 이번에 나온 slchld (서울차일드) EP 5 트랙 <seam of life> 라는 곡이 생각나요.

이 곡을 만든 과정과 곡 프로덕션 자체가 평소에 했던 방식과 많이 달라서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비하인드스토리를 짧게 말해보자면, 저희가 떨어져 있어서 영상통화로 작업을 하던 때 였어요. 둘 다 작업이 잘 안되어 노래 외의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진지한 분위기가 되었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아티스트가 얘기한 감정에 집중하여 데모를 만들어봤고, 그 후 자연스럽게 노래가 완성되었어요. 그 과정 자체가 순수하고 솔직했던 과정이었죠.

칠(chill)한 주말을 위한 다양한 분위기의 곡도 추천해드릴게요. Elujay의 <Starchild> DACEY의 <SUMMERTIMEISDONE>, Charlotte Lawrence <Sleep Talking>, Steve Arrington의 <The Joys of Love>.

프로듀서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원래는 작년부터 저의 다양한 색깔을 담은 프로듀서 앨범을 내고 싶은 계획이 있었는데, 요즘은 제가 좋아하고 마음이 맞는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 시켜주며 제 색깔을 섞는 작업이 보람도 있고, 더 재미를 느껴요. 때문에 현재는 ‘프로듀서’의 역할에 집중하며 국내/외 프로젝트에 열심히 꾸준히 참여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곡을 만드는 저한테도 저의 곡을 듣는 모든분들에게도, 위로가 되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음악을 만드는 그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긴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