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지속 가능성’. 패션은 물론 뷰티, 건축, 예술과 문화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수많은 브랜드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리사이클링 섬유로 천연 소재를 제작하거나 제조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최소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물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 역시 이대열에 동참할 수 있지만, 과연 충분할까. 내가 일상에서 자연보호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일말의 고민 없이 ‘플라스틱’을 떠올렸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 진 플라스틱이 우리를 위협하는 시대다.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은 자연까지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우리 모두 필요성을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줄이기, 더 나아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행하기로 했다.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겠노라 호기롭게 외쳤지만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다이어리부터 꺼내 들었다. 평소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며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기는지 추적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을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는 칫솔부터 요주의 플라스틱인 것. 메이크업은 또 어떨까. 토너를 화장솜에 묻혀 바르는 습관을 떠올리니 적어도 하루에 두 장의 화장솜이 쓰레기 목록에 추가됐다. 휴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나 둘 쌓여가는 쓰레기 리스트를 보다보니 마음의 무게도 비례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건, 늘 마시는 캡슐 커피의 경우 추후 리사이클링을 염두에 두고 캡슐을 그린 백에 모으던 중이었기에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기 위해 미리 구입해 둔 텀블러도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데 좋은 신호탄이 되었다. 텀블러와 함께 장바구니, 다회용 용기도 챙길 작정이다. 시작부터 불편에 타협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생활 패턴에 대한 스캐닝은 끝났으니 이제 실전이다. 입문자에게 무작정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생활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터.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지속 가능하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정보 쌓기가 필요하다. 영상과 스쿱 형식의 SNS 포스팅을 검색해 내가 몰랐던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확인하고, 그 반경을 점차 넓혀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팔로하던 그린피스 코리아(@greenpeacekorea)의 포스트를 폭풍 탐색했더니 리필 활용법, 채세권의 채소 레시피는 물론 탄소배출제로를 위한 #쟤로해캠페인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불필요한 껍데기를 거부하는 이름도 귀여운 ‘알맹상점’, 다회용품 브랜드 ‘소락’, 지구를 보호하는 ‘지구샵’, ‘보탬상 점’, ‘1.5도씨’ 등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소개하는 제품들과 생활기도 유익했다. 특히 다회용품을 소개하는 지구별 가게 ‘소락’에서 파는 여러 장의 손수건을 휴지처럼 뽑아 쓸 수 있는 면손수건 파우치와 오가닉 다회용 화장솜은 보자마자 앞으로 제로 웨이스트 생활에 유용한 아이템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유튜브에서 발견한 ‘동구밭’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인 비누와 세탁세제를 대체할 아이템이 가득했다. 일찍이 제로 웨이스트를 경험하고 생활화해 온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동구밭의 ‘올바른 설거지 비누’, ‘올바른 샴푸바’는 입문자들이 빠뜨려선 안 될 물건이라고 했다.어느덧 하루동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리스트가 어느 정도 채워졌다. 

 

나의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베이식하면서도 드레시한 아이템이 다양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 ‘케이스(Caes )’.

 

이제는 음식과 관련한 장으로 넘어갈 차례. 앞서 소개한 그린피스 코리아의 채세권이란 말이 있듯이 ‘1일 1채식’은 지구를 위한 중요 한 첫걸음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당장 채식주의자가 될 순 없지만 샐러드를 식단에 포함하는 일은 어렵지 않으니까. 그 때문인지 채세권 레시피는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이나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식단에 포함하고 주변에 채세권 동참을 적극 알리는 것부터 실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외식할 때 되도록 제로 웨이스트 카페나 레스토랑을 이용할 것.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라니 특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거나 어딘가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최근 모델 박서희가 자신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 ‘점점점점점점’에 대해 들려주는 소식으로 그 낯섦이 기대감으로 바뀐 지 오래다. 채식을 이어온 3년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버려진 것들에서 발견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나누기 위해 그녀는 제로 웨이스트겸 채식 레스토랑을 열었다. 모델 박서희라면 제로 웨이스트 비기너인 내게 방향성을 잡아줄 거라는 확신이 들어 그녀에게 조언을 구했다. 문득 그녀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졌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 하나가 썩는 데 무려 80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는 날로 심해져 지난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쓰레기를 줄여야 할 이유가 수백 가지이니 알고도 편하려고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면 당장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결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절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당장의 편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녀의 말처럼 그 사실을 알고도 당장 시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초보자들에겐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먼저 본인 생활의 여러 부분을 살 펴보기 바란다. 모두의 삶과 영역은 제각기 다르지 않나. 반드시 남들이 하는 방법에 맞출 필요 없이 각자 본인의 실행 지점을 찾으면 더 쉽고 효율적이며 마음도 홀가분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반려견과 산책하는데 필요한 배변봉투를 매번 새 것을 쓰는 것이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들, 가령 마스크나 휴지심, 과자봉지, 식재료 포장 비닐등을 배변봉투로 쓰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를 또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박서희의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쓰레기를 버리기위해 쓰레기를 만드는 경우는 생각 외로 많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쓰레기에 제2, 제3의 용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초보인 내게 좋은 지표가 됐다.

 

박서희는 채식이 얼마나 강도 높은 환경 보호 운동인지 설명을 이어갔다. “무분별한 육식 습관이 환경에 얼마나 거대한 해를 끼치는지, 그리고 채식이 얼마나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환경보호 운동인지 인식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점점점점점점’을 열었다. 우리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연을 제멋대로 누리지 않나. 넘치게 누리는 것들을 되갚지는 못할지 언정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모여 자연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바로 맛있는 채식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건강한 생각으로 시작한 레스토랑인만큼 그 선한 영향력도 더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점점점점점점’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그들이 전파하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생각과 메시지는 이름처럼 점점점 커져 나갈 게 분명했다. “우리는 물티슈와 냅킨을 제공하지 않는다. 처음엔 자칫 손님들이 불편한 게 아닐까 염려했는데, 공간 설계를 맡아준 ‘아뜰리에 케이에이치제이(Athlier KHJ)’ 관계자가 뉴욕 현대미술관 작품들 사이에 오래된 수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 손을 씻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그 말에서 해법을 찾았다. 폐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압축 큐브 사이에 마치 작품 같은 아름다운 수전 하나를 두었는데, 아직까지 냅킨이나 물티슈를 요구하는 분은 없고, 감사하게도 기쁜 마음으로 손을 씻으신다.” 그렇다. 마치 작품처럼 즐기는 기분 좋은 경험은 기억에 깊이 남는다. 이 경험은 단연코 휴지를 쓰려다가도 손을 닦는 습관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분 좋은 경험은 생각이나 감정과도 상통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거나 플라스틱을 쓰지 못해 불편하다는 생각은 그저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감정일 뿐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못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프리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가 가져오는 기분 좋은 순기능을 떠올린다면 더없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그녀가 마지막으로 전한 이야기는 이런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환경과 자연을 사랑하고 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분명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며, 강박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멋진 일을 하나씩 즐겁게 해나가면 될 뿐이라는 말. 그러니 우리 포기하지 말고 모두 ‘용기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