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10대 청소년을 촬영하는 ‘Teenagers’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2021년 어느 여름날, 카메라를 들고 톰킨스 스퀘어 공원을 걷고 있었다. 10대 아이 두 명이 팔짱을 낀 채 내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 순간 내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도 되는지 물었다. 그들은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좋다고 답했다. 이날 이후, 난 그 공원에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두 아이를 자주 마주쳤고 그때마다 인사를 건넸다. 뉴저지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 뉴욕의 10대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에 대해 점차 알아가기 시작했고, 동의를 얻어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은 어떤 태도로 당신의 카메라 앞에 섰나? 그들에게 나는 한마디로 ‘내부에 있는 외부인’이었다. 난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어울릴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으며 그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공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너무나 편안하게 촬영에 임했고, 그때 기분 좋은 놀라움을 느꼈다. 어떠한 연기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을 뷰파인더로 바라보며 나와 아이들이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친구였고, 그들은 나와 내 카메라를 신뢰했다. 난 우리가 촬영한 결과물을 다 같이 살펴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내가 그들의 성장 과정의 본질을 진정으로 포착했다고 믿는다.

1998년생 사진가인 당신의 시선에 비친 10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경계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10대 아이들의 세계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기도, 그들에게서 멀어지기도 했다. 난 내가 촬영한 아이들보다 겨우 6~7년 더 살았지만, 그들은 내 또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친절했다. 타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어른들이 가르치는 친절과는 다른 교훈을 안겨주었다.

사진 속 10대들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미국의 Z세대가 공유하는 두 가지 화두가 있다. 바로 정신 건강과 성 평등이다. 난 어렸을 때 주변 여성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나 또한 그렇게 자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여자애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식의 규칙이 있었고, 내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아이들은 나를 숨 막히게 했던 기준에서 벗어난 시선을 갖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쩌면 본성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내 사진 속 아이들을 본 사람 중에는 그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면 답을 구하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삶은 복잡하고 다양해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오롯이 알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주변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10대 아이들이 내게 준 가르침이다. 그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첫 질문으로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다음 질문은 “당신의 대명사는 무엇입니까?”인데, 이는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와 같은 뜻을 지닌다. 난 이게 단순하게 표현된 거대한 철학적 물음이라 생각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들의 대명사를 바꿀 수 있고, 나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한테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었다.

‘젊음’을 당신의 언어로 정의한다면? 젊음은 모든 것이 새롭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시기다.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감각하는 건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자라난 환경은 서로 다를 테지만, 이러한 경이로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함께 도전하는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고, 우리보다 어린 아이들이 품은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그들에게서는 나이 들수록 찾기 힘든 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10대를 촬영한 당신의 사진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사회의 변화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특정 주제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찍을 필요가 있지 않나. 10대는 오랫동안 사진으로 기록되어온 대상이다. 패션, 정치, 기후, 기술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한 세대의 특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젊은이들을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전 세계 Z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범죄와의 전쟁이 만연한 세상의 틈에 사랑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줘서,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에 맞서며 끈질기게 질문해줘서 고맙다. 당신은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다. 당신을 비롯한 젊은 세대 모두가 성장해가고, 세상도 이에 발맞춰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패션, 정치, 기후, 기술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한 세대의 특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젊은이들을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