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비에이치 GBH

GBH 하연지 지비에이치

Executive Director 하연지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구름 바이 에이치’라는 편집숍과 GBH를 운영하는 이사 하연지입니다.

GBH를 소개해주세요. GBH의 큰 틀은 ‘쓰임이 아름다운 물건’이에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요. 가구로 치면 시간이 오래 지나도 질리지 않고 언제나 존재감이 뚜렷한 가구처럼요. GBH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며 화장품은 그중 일부입니다. 화장품 카테고리의 컨셉트는 ‘패밀리 코스메틱’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족 모두가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계획이니까요.

브랜드 론칭 전부터 SNS상에서 센스 있는 인테리어와 아이템으로 인기를 끄셨죠? 시작은 똑같아요. 구름 바이 에이치도 예쁘기만 한 것보다 쓰임새가 많은 물건을 바잉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해외에선 확실히 쓰임새가 많은 물건들이 컬러풀하고 예쁘잖아요. 애들 옷도 패턴만 화려한 게 아니라 무척 실용적인 옷이에요. 자주 빨아도 소재가 변하지 않고 쉽게 색이 바래지도 않아요. 그렇게 조금씩 바잉했는데, 어느 순간 한계에 부닥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한두 개씩. 한국엔 확실한 브랜드 메세지를 전달하는 브랜드가 많이 없던거죠. 내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GBH를 만들었고 패션과 뷰티까지 영역이 확장이 된 것 같아요.

화장품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저는 보시다시피 홍조가 심하고 예민한 피부를 가졌어요. 아무 화장품이나 못 쓰죠. 그런데 딸아이가 제 피부를 똑 닮았어요. 피부가 예민해서 보습이 무척 중요한데 아이가 화장품 냄새를 못 견뎌 잘 안 바르다 보니 건조해서 긁고, 그러다 또 아토피로 번지고. 제가 나서서 순한 화장품을 만들어 발라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제품화하는 데 2년 정도 걸렸어요.

GBH 볼륨 샴푸

GBH 볼륨 샴푸. 500g, 2만6천원.

 

“GBH의 큰 틀은 ‘쓰임이 아름다운 물건’이에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요.”
– GBH 하연지 –

 

화학적이고 순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신 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는 화학적인 걸 기피하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사실 화학적인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천연 성분 가운데 화학 성분보다 더 독성이 강한 성분도 있고요. 천연 물질을 정제하고 안전하게 가공하는 게 기술력인데, 지금은 천연 성분이 과도한 붐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은 다 다르거든요. 누군가에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치료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GBH는 천연을 고집하기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성분’을 찾는 데 주력해요.

말씀하신 첫 번째 제품인 베이비 로션을 제작하는 데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나요?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포기라는 건 기대가 컸을 때 생기는 데, 이걸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애초에 없었거든요. 그냥 오래갔으면 좋겠다, 서두를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죠. 우리가 오랫동안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언젠가 우리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그래서 시간이 빨리 흐르길 기다려요. 5~10년 후엔 반드시 우리의 진정성이 인정받을 테니까.

그럼 GBH의 효자 제품은 베이비 로션인가요? 베이비 로션으로 GBH가 시작했으니 효자이긴 한데, 저는 볼륨 샴푸를 효자제품으로 꼽고 싶어요. 제품 론칭을 베이비 로션, 베이비 워시, 베이비 선 쿠션 순서로 한 터라 베이비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샴푸를 출시한 후로 ‘패밀리 코스메틱’이라는 GBH의 브랜드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요. 엄마가 아닌 사람도 우리 제품을 접하고, GBH라는 브랜드를 자세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죠.

텍스트를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은 트렌드에 따른 건가요? 제가 결혼하고 일곱 번이나 이사를 하다 보니 유행을 좇아 산 물건들은 결국 버리게 되더라고요. 기본을 지키고 쓰임새에 충실하게 디자인한 제품은 끝까지 소유하고요. 패키지 역시 ‘쓰임이 아름다운’ 디자인을 생각했어요. 이솝이나 르 라보 등 텍스트 위주의 디자인이 많은데, 유행에 따른 건지 브랜드의 스타일인지는 10년 후에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유행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 있으세요? 항상 마음을 다잡죠.(웃음) 흔들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이 물건이 50년 뒤에 우리 집에 있어도 괜찮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엔 기본과 쓰임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GBH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뭔가요? 참 민망한 질문이군요.(웃음) GBH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브랜드보다 주어진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하루빨리 대박을 내겠다는 목표가 없어요. 느려도 오랫동안 진정성 있게 가자는 게 모토거든요. 그럼 최후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GBH의 큰 그림은? 1백 년 기업. 오래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