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수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주가가 치솟고 있는지라, 디자이너 안토니 바카렐로의 이름을 건 레이블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베르수스에 신경 쓰느라 자신의 레이블에 소홀한 것일까? 그의 전매특허인 섹시한 커팅의 미니스커트와 아슬아슬한 슬릿의 미니드레스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 대신 그는 이번 시즌 드레이프에 집중했다. 셔츠와 드레스를 넘나들며 언밸런스하게 커팅한 패브릭과 가죽을 가슴 혹은 허리춤에서 골드 링으로 연결했는데, 안타깝게도 혹자는 이 디테일이 지나치게 베르사체 같다고 혹평을 하기도. 그의 쇼에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크고 작은 스터드를 활용해 아냐 루빅의 얼굴을 팝아트적으로 표현한 피스들. 심플한 화이트 드레스, 시퀸 스커트와 짝을 이룬 탱크톱 등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옷들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다음 시즌엔 그가 두 레이블 사이에서 중심을 잡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