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의 일곱 살 난 조카 장이 붉은 천으로 감싼 거대한 공을 굴리며 등장하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그는 레이 카와쿠보나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작업을 연상시키는, 하지만 좀 더 가벼운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는데, 이번 컬렉션은 ‘해체와 재조합’이라는 그의 작업 방식을 더욱 확고히 드러내는 무대가 됐다. 네이비와 그레이 수트와 코트, 그리고 화이트 셔츠는 절반으로, 혹은 4분의 1로, 혹은 그 이상으로 분해됐다. 그리고 이 조각들은 가느다란 스트링이나 매듭 디테일의 활약으로 언밸런스한 형태로 다시 결합됐다. 중간중간 사용된 트롱프뢰유 기법이나 자크뮈스의 쇼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동그라미 모티프는 곳곳에 리듬감을 불어넣은 요소. 하지만 쇼 중간에 등장한 흰색 말, 거대한 붉은 넥타이를 끌고 가는 아이, 쇼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한 모델이 짊어진 커다란 짐 등 무언가를 암시하는 장면들은 혹시 그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