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 걸까. 더할 나위 없이 전위적이고 음울하며 의미심장한 꼼데가르송의 컬렉션을 눈앞에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이번 시즌 레이는 컬렉션 전체를 블루와 블랙, 화이트 컬러로 가득 채웠다. 커튼처럼 늘어지거나 매듭짓거나 혹은 주름 잡힌 벨벳과 기괴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갖가지 깃털이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을 형성했고, X자 형태로 연결된 두꺼운 스트랩은 해체된 형태를 다시 결합하고 한편으로 인체를 속박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기이하게 부풀린 새빨간 헤어피스와 큐피돌처럼 그린 검은 입술, 앞코가 들린 납작하고 뾰족한 신발이 더해져 흡사 기괴한 마녀가 걸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끊임없이 탈개념적인 세계관을 의상에 투영하는 그녀. 이번 시즌에도 그녀에게서 아방가르드의 왕좌를 빼앗을 이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