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왕이 발렌시아가에서 선사하는 마지막 축제가 그 화려한 막을 열었다. 핵심은 명확했다. 소소한 디테일과 커팅을 제외하면 비슷해 보이는 란제리와 슬립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진 것. 프랑스어로 여인의 침실을 뜻하는 ‘부두아르(boudoir)’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는 컨셉트에 충실해 모델들에게 안방에서 신을 법한 레이스 슬리퍼를 신겼고 로브 코트, 브라톱을 로맨틱하게 변주한 실크 톱을 비롯해 갖가지 슬립 드레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아노락 점퍼, 카고 팬츠, 레이서 백 톱, 크로스로 멘 백 등 알렉산더 왕 특유의 스포티 DNA를 드러낼 아이템 역시 깨알같이 챙겼으니 참으로 영민하지 않은가. 오프화이트 컬러로 룩의 색조를 통일한 점도 좋았다. 한 인터뷰에서 학교를 졸업한 듯 속이 후련하다고 말한 그는 유쾌하게 피날레 무대를 뛰어다니며 열심히 셀피를 찍었고 관객의 모습을 인증샷으로 남겼다. 그리고 얼마 후 베트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가 발렌시아가의 수장이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중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뭐 어떤가! 알렉산더 못지않게 확고한 색을 지닌 뎀나가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어떻게 변주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