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버튼이 애정을 기울이는 빅토리안 무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한 채 그 모습을 드러냈다. “17세기 위그노 교회가 프랑스인의 종교 탄압을 피해 영국 스피털필드(Spitalfield)로 이주했죠. 타지에서 실크 직조 산업을 성행시킨 그들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더군요.” 영국의 순수하고 아리따운 컨트리 걸은 부스스 헝클어진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지녔고 실크, 태피터, 파유, 자카드, 코튼, 레이스 등 여릿여릿한 소재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훌륭한 정원사이기도 했다는 위그노인들을 오마주하기 위해 프랑스산 실크에 꽃을 프린트하거나 쿠튀르 쇼를 방불케 할 만큼 정교한 엠브로이더리 장식을 더하는 등 디테일에 유독 신경 쓴 점 역시 눈에 띄었다. 그녀가 인터뷰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여성성(femininity)’이 제대로 반영된 이 쇼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저 ‘아름답다’는 감탄사 하나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