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시작되자 하이넥 코튼 셔츠에 시퀸 랩스커트를 입은 모델이 걸어 나왔는데, 마치 길 가다 돈을 주운 것처럼 뜻밖의 행운에 기분이 좋았다. 평소 큰 기대가 없던 브랜드여서 그런지 예상외로 옷이 예뻤으니까. 하지만 시폰 러플 헴라인을 출렁이며 걸어 나오는 두 번째 모델을 보자 조금 맥이 풀렸다. 이런 마음이 쇼가 끝날 때까지 수도 없이 반복됐는데, 사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심플했다. 누가 봐도 미니멀리즘과 앤디 워홀이 컨셉트였고, 앞서 말했듯이 아주 예쁜 옷이 반, 정말 아니다 싶은 옷이 반이었다. 초기 질샌더를 떠올리게 하는 디테일에 집중한 셔츠를 중심으로 한 군더더기 없는 룩은 더없이 좋았지만, 욕심이 과했던 듯 보이는 시퀸 튜브톱에 새틴 드레스를 매치한 룩이나 필요 이상으로 기교를 부린 러플 시폰 스커트는 차라리 빠졌더라면 쇼의 완성도가 더 높았을 뻔했다. 2% 아쉬웠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