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오후, 켄싱턴 가든에 세워진 거대한 텐트에서 버버리 프로섬의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배경음악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펼쳐진 싱어송라이터 앨리슨 모예의 라이브 공연. 그녀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함께 시작된 컬렉션은 언제나 그렇듯 명확하고 확고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특히 이번 시즌 버버리 하우스가 제시한 ‘펑션리갈리아(FUNCTIONREGALIA)’라는 테마는 ‘function(기능성)’과 ‘regalia(휘장)’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컬렉션을 이끄는 주축이 됐다. 쇼는 몇 가지 아이템으로 함축됐다. 살갗이 비치는 가녀린 레이스 드레스와 슬립 드레스, 이와 대조적인 밀리터리풍의 골드 버튼 피코트와 케이프, 트렌치코트가 더해지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볍게 중화한 것. 한편 버버리가 야심차게 시작한 MTO(Made-To-Order)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이니셜 자수 장식 백팩이 이번 시즌 뉴 백으로 등장하면서 스타일링에 감초 역할을 했다. 여기에 굵은 체인과 와펜을 장식한 스포티한 샌들까지.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릴 만한 한층 젊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무장한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