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적인 상상력과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득했던 자일스 디컨의 쇼. 그도 그럴 것이 쇼장 안에 세워진 거대한 금빛 나무며 리본을 휘두르며 춤추듯 나오는 모델, 아티스틱한 커다란 깃털 모자와 공주풍의 드레스까지 한 편의 공연을 보는 듯했다. 물론, 그의 장인정인이 담긴 쿠튀리에 같은 면모와 천재적인 괴짜 기질이 여과 없이 분출된 쇼이기도 했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을 모티프로 한 컬렉션은 빅토리안풍의 볼륨과 실루엣을 재해석한 드레스가 줄기차게 등장했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프린트와 바로크풍의 꽃무늬, 장식 박물관에서 봤을 법한 고풍스러운 태피스트리 자수까지 더해지자 그녀를 찬미하는 오마주에 가까웠다. 또 엘리자베스 시대에 지어진 연회 룸에서 열린 쇼는 관객에게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까지 선사했으니 그의 의도는 정확히 전달된 듯하다. 하지만 이 동화 같은 컬렉션이 박수를 보낼 만하나, 패션이 아니라 그저 무대의상으로 보이는 건 비단 나만이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