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당시인 지난 시즌 센세이셔널한 컬렉션으로 구찌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답게 이번 시즌에도 그야말로 엄청난 옷들을 선보인 알레산드로 미켈레. 1654년 출판된 마들렌 드 스퀴데리의 <다정한 지도>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내재된 욕망을 찾아가는 감정의 표류를 옷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데, 그래서인지 화려하다 못해 치명적인 느낌마저 든다. 지난 시즌의 너드와 그래니 요소는 유지한 채 오리엔탈 무드, 화려한 컬러 팔레트, 브로케이드, 엠브로이더리, 트롱프뢰유 기법을 더해 크리스마스트리보다 휘황찬란한 컬렉션을 완성했으니까.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강박증이 염려될 정도로 옷 한 벌 한 벌에 절묘하게 그리고 더하고 붙였는데, 더 놀라운 건 컬렉션에 등장한 65개의 룩에 쓰인 패턴이나 디테일, 스타일링이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는 사실. 이쯤 되면 알레산드로의 강박증이 문제가 아니라 구찌 디자인팀의 집단 과로사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