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 단독 매장이 생길 만큼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하이더 아크만. 그의 저력은 특유의 펑크 무드를 관능적으로 변주하는 데서 더욱 빛을 발했다. 디스코 클럽을 연상시키는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가죽 베스트에 헐렁한 새틴 로슬렁 팬츠(허리선을 낮춘)를 입고 시스루 타이츠를 브리프인 양 살짝 노출한 모델이 나타났다. “개성 넘치는 여자 갱스터를 떠올렸어요.” 디자이너의 말처럼 하이더 아크만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강렬했으며 섹시했다. 크롭트 바이커 재킷, 시폰 블라우스, 실크 슬립 드레스 등 자극적인 아이템의 조합이 이토록 쿨할 줄이야! 러플 장식 자보(jabot, 가슴에 다는 주름 장식 레이스 액세서리), 뾰족한 앞코를 애니멀 프린트로 장식한 부츠 등 액세서리 역시 감각적이었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틸다 스윈턴처럼 키 크고 마른 체형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 그러나 하이더 아크만의 팬이라면 두 팔 들고 환영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