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스캇의 새로운 컬렉션은 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존 워터스(컬트 영화 감독)의 초창기 영화에 열광하는 비디오 세대에게 바치는 1960년대 풍 클럽 룩’. 과하게 부풀린 머리와 두꺼운 아이라인으로 한껏 멋을 낸 모즈 걸들이 입은 크롭트 톱과 미니스커트 혹은 A라인 미니드레스에는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다채롭고 과감한 그래픽 프린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프린트들은 광기 어린 표정의 만화 캐릭터, TV 화면 조정, 졸업 앨범, 옵아트와 팝아트까지 모두 1980년대가 연상되는 소재로 완성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쇼의 연출적인 요소(과장된 헤어와 메이크업, 1960년대를 재현한 스타일링)를 제외하고 본다면 굉장히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구성했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 이를테면 파예트로 장식한 겉옷 안에 입은 스윔수트나 솔리드 컬러의 니트 풀오버와 펜슬 스커트는 심지어 얌전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이 시대 클럽 키즈들의 마음을 빼앗다니 역시 제레미 스캇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