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튼은 ‘존 갈리아노’라는 브랜드를 완전히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갈리아노가 영국적인 것을 자기만의 느낌으로 거칠게 표현했다면, 빌은 새빌로의 테일러링 기법과 런던의 활기찬 분위기 그리고 영국식 펑크의 요소를 현명하게 배분하고 혼합해 젊고 컨템퍼러리한 레이블을 탄생시킨 것. 이 영민한 디자이너는 란제리풍의 드레스들로 컬렉션 전반에 짙게 드리운 영국 색을 상쇄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이를테면 스터드가 잔뜩 달린 빈티지한 라이더 재킷과 시어한 폴카 도트 수트를 연결하거나, 클래식한 체크무늬 블레이저에 옷핀을 촘촘히 달아 록 무드를 더하는 식. 섬세한 레이스 가운에 깃털을 장식한 영국 경찰의 헬멧을 매치한 아이디어도 훌륭했다. 스포티한 파카부터 값비싸 보이는 비즈 드레스까지 펼쳐진 넓은 스펙트럼에도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매력적이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