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에 걸린 듯한 기분이다. 지난 시즌, 화이트 앤 블랙으로 정제된 컬렉션을 펼쳐 보인 준야 와타나베가 이번엔 기하학적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했기 때문. 모든 컬렉션 피스들과 함께 등장한 헤드기어를 계속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도 모르게 이 디자이너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는 이번 시즌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에스닉한 프린트를 입힌 입체적이고 유기적인 드레이프 드레스, 편안한 셔츠 드레스 위에 걸친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 모델의 목과 어깨를 감싼 과장된 원형의 구조물 등이 그 증거. 모델들의 메이크업 역시 원시 부족의 화장법을 떠올리게 했다. 추상적이고 미래적인 형태의 다채로운 구조물이 쇼에 재미를 주는 요소로 활용되었는데, 다행스러운 점은 이 설치 작품(?) 안에 실용적이고 구미 당기는 아이템(예를 들어 화이트 롱 셔츠 같은)들이 잔뜩 숨겨져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