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앤더슨은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유서 깊은 스페인 가죽 명가를 젊고 핫한 레이블 반열에 올리는 데 성공한 그는, 이번 시즌 컬렉션으로 로에베의 빛나는 미래를 보여줬다. 투명한 PVC와 섬세한 오간자, 부드러운 니트와 날카롭게 깨진 유리 조각, 내추럴한 리넨과 매끄러운 새틴 등 상반된 소재를 조합함으로써 퓨처리즘의 코드를 동시대적이고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그뿐인가. 그는 하우스의 자랑이자 아이덴티티인 ‘가죽’ 소재도 자유롭게 요리했다. 부드럽게 무두질한 스웨이드 소재의 트렌치코트와 재킷, 럭셔리한 악어가죽 팬츠는 그의 팬은 물론 기존 로에베 고객까지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고급스럽고 우아했다. 투명한 퍼즐 백, 반복적인 로고 프린트와 새 모티프, 물고기 모양 네크리스 등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