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향긋한 내음이 솔솔 풍기는 무대와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조합이라니, 누구든 어렵지 않게 ‘로맨티시즘’을 떠올릴 듯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청초한 순백색을 앞세워 투명한 오간자, 기퓌르 레이스, 튈, 메시 등 여릿여릿한 소재가 주를 이뤘고, 곳곳에 입체적으로 장식한 야생화나 로코코 양식을 아름답게 표현한 아플리케 등 디테일 또한 지극히 ‘소녀’ 감성이었으니까. 그러나 몽클레르 감므 루즈 쇼에 스포티한 요소가 빠질 수 없는 법! 17세기 오페라 가수이자 여성 무사(武士)였던 줄리 도비니(Julie d’Aubigny)를 오마주했다는 디자이너는 검을 무기로 상대하는 펜싱을 모티프로 컬렉션을 구상했다. 그 결과 PVC 소재 스웨트셔츠며 메탈릭한 재킷, 보디수트, 스니커즈 등 스포티한 아이템도 여럿 등장했다. 피날레에 펜싱 마스크를 쓴 수십 명의 기사들이 몽클레르 감므 루즈의 소녀들을 빙 에워싸는 퍼포먼스까지 전부 사랑스러웠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