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에밀리오 푸치의 본격적인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 마시모 조르제티. 빅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컸던 탓일까. 정작 자신의 레이블에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한 듯 보였다. 매 시즌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불과 4년 만에 밀라노의 어린 왕자 자리를 꿰찼던 엠에스지엠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이야. 컬트 무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그래서인지 심지어 못난이 인형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남자 옷을 변형한 듯한 박시한 후디와 롱 재킷,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입던 힙합 바지가 떠오르는 와이드 크롭트 팬츠, 난데없이 등장한 물결처럼 요동치는 플라운스와 프린지, 여기에 링 디테일까지. 뭐 하나 예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면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 부디 다음 시즌엔 엠에스지엠 특유의 재기발랄한 감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