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에너지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오프닝 세레모니의 쇼에는 역시나 특별한 게 있었다. 정원으로 꾸민 무대를 배경으로 등장한 모델이 워킹 도중 심하게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하지만 넘어진 모델은 곧 벌떡 일어나 자유로운 안무를 선보여, 사고가 아닌 퍼포먼스임을 알렸다. 알고 보니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딸 이오바나에게서 영감을 얻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서는 무대를 직접 디자인하는 것을 즐기는 댄서였다고. 그리하여 직선과 곡선이 공존하는 건축적인 실루엣이 탄생한 것. 이를테면 드레스의 아랫단을 격자무늬를 따라 자르거나, 데님에 자유로운 곡선 모양의 천을 덧대고, 톱과 점프수트의 네크라인을 곡선 형태로 깊이 파는 식. 보기에도 멋지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옷임을 몸소 알려준 오프닝 세레모니의 남다른 센스가 돋보인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