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지난 몇 시즌간 보아온 폴 스미스의 컬렉션 중 최고로 꼽고 싶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죄다 입고 싶은 룩으로 가득했으니까. 생생하게 살아 있는 총천연색 컬러, 말끔하고 세련되게 정제된 테일러링, 룩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액세서리까지 자칫 고리타분할 수 있는 하우스의 면면을 동시대적으로 깔끔하게 여과시킨 결과가 톡톡히 빛을 발했다. 시그니처인 컬러풀한 스트라이프의 비중을 줄인 대신 앙리 마티스 작품 같은 그래픽적인 실크스크린 프린트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서 영감 받은 색대비를 끌어들였고, 장식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한 채 테일러링과 실루엣에 집중했다. 특히 폴 스미스가 키 아이템으로 꼽은 컬러 블로킹 서머 드레스 시리즈는 이번 시즌의 백미. 몸을 부드럽게 타고 흐르는 드레이프 라인의 드레스는 그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