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양다리를 다른 한 명의 어깨에 걸친 채 거꾸로 매달린, 마치 샴쌍둥이 같은 기괴한 모습의 모델 한 쌍이 걸어 나오는 순간 쇼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행위예술을 보는 듯한 이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는 쇼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는데, 다른 모델들이 입고 나온 옷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과감한 컨셉트는 그의 괴짜 같은 천재성과 독보적인 신념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대목. 컬렉션의 전체적인 룩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유기적이고 불규칙한 드레이프와 메탈릭한 소재 그리고 구조적인 실루엣이 어우러진, 외계 행성에서 온 듯한 옷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다행히 길고 슬림한 실루엣의 스프링코트와 베스트 등 지구에서 입을 법한 것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