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 게리 카드가 디자인한 기하학적이고 건축적인 오브제들이 놓인 런웨이에서 록산다의 컬렉션이 시작됐다. 도형을 이루는 과감한 커아웃과 선과 면의 대비는 오렌지와 옐로, 스카이블루 컬러에 블랙과 화이트까지 더해지면서 극적인 충돌을 일으켰다. 록산다 일린칙의 전매특허인 롱 앤 린 실루엣의 심플한 드레스로 시작된 컬렉션은 볼륨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가령 조형적인 커다란 러플을 장식한 팬츠, 동그랗게 부풀린 종 모양 소매, 크루아상처럼 얇게 또 겹겹이 쌓은 프릴 장식이 이루는 볼륨이 그 결과물. 각기 다른 소재를 겹친 뒤 추상적인 패턴으로 잘라낸 깃털 같은 텍스처도 흥미로웠다. “이번 시즌엔 어떤 미술 작품에서도 영감 받지 않았어요. 대신 현대 발레의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녀의 말마따나 로맨틱하고 우아하긴 하지만 정작 레드 카펫이 아닌 일상에서 그녀의 옷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