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로미 슈나이더의 이지적인 우아함, 그리고 1990년대 모델 케이트 모스의 미니멀리즘을 한데 조합한 기욤 앙리의 여인들은 시종일관 기품이 넘쳤으며 섹시했다. 컬렉션을 구상하면서 모든 요소를 오직 ‘여성’에 집중했다는 그는 어깨 라인을 넓게 드러낸 브이넥 드레스를 비롯해 투명한 시스루 블라우스, 에이프런 드레스 등 지극히 로맨틱하지만, 어딘가 요염한 구석을 갖춘 룩을 선보였다. 특히 단단한 페이턴트 가죽과 물 흐르듯 유연하고 투명한 오간자를 곳곳에 배치한 것은 기욤 앙리의 치밀한 전략 중 하나. 카키, 머스터드, 레드, 블랙 등 톤 다운된 컬러 팔레트를 주조로 촘촘히 주름 잡은 마이크로 플리세 원피스, 타조 깃털을 장식한 시프트 드레스 등 특정 포인트가 있는 룩은 하나같이 구매욕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여심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욤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