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디자이너가 이렇게 웅장하고 유서 깊은 공간에서 쇼를 열다니! 이 사실만으로도 쇼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쇼가 열린 귀족적이고 화려한 랭커스터 하우스의 분위기는 이번 컬렉션을 설명하는 힌트라 할 만했다. 여기에 프레스 노트에서 언급한 ‘교토, 긴바쿠(바싹 죄어 묶음이라는 뜻의 일본어), 안개 낀 숲 속, 로프, 리본, 타이’ 같은 키워드가 한데 뒤섞이며 런웨이를 관통했다. 특히 긴바쿠 디테일이 중심을 이뤘는데, 가슴을 X자로 가로지른 두꺼운 마크라메 레이스와 투명한 비닐 플라스틱 스트랩, 기모노처럼 몸을 감싼 리본 장식들이 묶이고 얽히며 로맨틱한 시폰과 튈 드레스에 반전의 미학을 불어넣었다. 한마디로 긴장과 조화의 대립을 즐겼달까.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이 생각나는 보디 스트랩, 꼼데가르송의 전작들이 생각나는 실루엣과 디테일이 주를 이뤘다. 아닌 게 아니라, 도버 스트리트 마켓 긴자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교토에 며칠간 머물렀다는 그녀는 이번 쇼를 위한 아이디어를 대부분 일본에서 얻었다고 전한다. 커다란 크리스털 이어링, 유리 구두 같은 젤리 슈즈까지 호사스럽게 표현된 아방가르드 로맨티시즘이 극에 달한 쇼.